해와달이 사는 집
태풍이 지나간 뒤 찾은 내연산 청하골은 물의 나라였네요. 본문
♧ 산행일자 : 2019. 07. 21 (일) 날씨 - 흐린 후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청하면 내연산도립공원 보경사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관광안내소-보경사-상생폭포-보현암-소금강전망대-은폭 입구-(식사 후 back)-보현암-관음폭포-연산폭포-선일대-보경사-관광안내소(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35분, 10.63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올 여름 처음 찾아온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울릉도로의 출항이 전면 금지되어 주말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이 따르게 되어 온전히 쉬는 주말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나다닐 수도 없어 집에서 잡다한 일처리도 하며 토요일 하루를 보내고 가끔 비소식이 있다는 일기예보를 참조삼아 배낭속에 몇 가지 챙겨넣고 차를 몰아 보경사로 향합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후의 청하골은 두말 할것도 없이 물이 넘쳐나리라는 생각에 얼마 전 산행 때 보았던 빈약하기 이를 데 없었던 내연산의 폭포들을 떠올리며 모처럼 물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동해바다를 향해 달리고 있을 청하골의 청류를 만나볼 생각으로 찾아가는 길이랍니다.
조금은 늦은 시각에 출발하는 걸음이니 무리하지 않게 시간을 봐가며 안전하게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도착한 보경사주차장. 역시 생각하는 바가 같은 모양이라 넓디 넓은 주차장에는 내연산을 찾은 탐방객들이 타고온 차들이 많아 보이는군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보경3교 입구 근처의 갓길에 주차를 해놓고 관광안내소 앞에서 GPS를 켜고 보경사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산행궤적
(확대)
관광안내소 앞에서 오늘의 산행 출발합니다.
신도증을 내밀고 무사 통과를 하니 해탈문이 반겨주는군요.
합장 반배로 입산신고를 합니다.
보경사 산문을 들어서면 언제나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해탈문에서 천왕문에 이르는 숲길이지요.
시원하고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가히 예술입니다.
사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숲의 싱그러운 기운과
어울려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네요.
가느다란 비가 오락가락하는 보경사 경내에는
찾아온 탐방객들이 많이 있어 하산 후에 찾기로 하고
멀리서 합장으로 예경을 올리고 곧장 등산로를 따라 진행해 나갑니다.
보경사의 부속암자인 서운암 입구를 지나 청하골로 들어서니
불어난 계곡 물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를 듣는 듯 주변의 소음을 다 빨아들이고 있네요.
태풍의 영향으로 내린 비의 양이 상당했던지
평소에는 바짝 말라있던 골짝에도 물이 넘쳐나네요.
중간 쉼터이기도 한 문수암 입구.
보경사 계곡으로도 불리워지는 청하골.
제1폭포인 상생폭포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멀찌감치 떨어져 줌으로 당길 수밖에 없네요.
상생폭포
그동안 내연산 청하골을 많이 찾아 폭포를 보았지만
오늘의 수량이 가장 많아 보이는군요.
태풍이 지난 바로 다음 날 찾은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보현폭포 역시 마찬가지네요.
바위 뒤쪽으로 쏟아져내리는 폭포수가
평소의 수 십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물에 잠긴 삼보폭포는 들를 수가 없어 포기를 하고
청아한 불경소리가 청하골에 울려퍼지는 보현암을 향해 올라섭니다.
절집이라기보다 산 속의 소박한 민가를 연상케 하는
보현암 앞뜰에 예쁘게 피어난 수국과 눈맞춤을 하고
절 뒤쪽의 데크계단을 올라
우측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갓부처를 알현합니다.
이제부터 정비가 잘 되어있는
탐방로를 따라 소금강전망대로 향합니다.
소금강전망대와 문수봉에서 흘러내린
칠성등 사이의 계곡을 따라 오르는
데크계단길에도 물소리는 끊이질 않네요.
평소 같으면 적막하기 이를 데없는 산길인데 말입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무명폭에도 보기 힘든 장관이 펼쳐지고 있네요.
여간해선 보기 힘든 풍경이기에 망설임없이 포즈를 잡아봅니다.
깎아지른 벼랑 위에 쉼터 정자가 세워져 있는 선일대가 건너로 다가오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소금강전망대에 서게 됩니다.
스카이워크처럼 전망대를 걸을 때 살짝 긴장이 되지만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 걱정은 안해도 될듯 싶네요.
지난 해 준공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명소가 된 곳이지요.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선일대의 풍경은
신선의 세계에서나 볼 법한 기가 막힌 절경이 아닌가 싶네요.
선일대에 직접 올라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반대편에서 선일대를 바라보는 풍경은 더욱 장관입니다.
사진으로는 희미하지만 포항 앞바다가 조망이 되는군요.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내려와 있을 때 그렸다는
'내연삼용추도(연산폭포, 관음폭포, 잠룡폭포)'의
현장이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은 가히 압권입니다.
전망대를 나와 은폭 가는 길에 쉬어가기 좋은 널찍한 암반 위에서
선일대를 배경으로 셀카로 한장 찍었는데 괜찮은 그림이 나왔네요.
조성이 잘되어있는 등로를 따라
너덜지대와 삼지봉 갈림길을 차례로 지나고
도착한 청하골에는 생각보다
훨씬 불어난 계곡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네요.
안전밧줄 없이는 건널 수 없을 정도의 급류라
은폭을 다녀온 뒤 다시 보현암으로 되돌아 가야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가섰지만 역시 등로는 물속에 잠겨있네요.
여기서 오늘의 발걸음은 되돌려야 할것 같습니다.
제8폭포인 은폭.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쏟아져내리는
폭포수의 위용은 멀리서 바라보아도 대단합니다.
은폭의 원경
청하골을 집어삼킬 듯이 물밀듯 밀려오는
급류의 굉음을 BGM으로 삼아 널찍한 바위에 앉아
준비해온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한참을 노닥거리다
12폭포 전부 구경할 계획으로 찾은 걸음이었지만
여의치 못한 상황에 아쉬운 마음으로 왔던 길로 되돌아 섭니다.
골짝마다 쏟아져내리는 청류는 콧노래를 부르며 청하골을 적시고
녹음짙은 우거진 숲길을 걷는 산꾼의 마음 또한 상쾌하기 이를 데 없네요.
은폭을 향할 때 미처 담지 못했던 정경들을 카메라에 담아가며 등로를 잇다보면
반원 모양의 전망대가 예쁜 소금강전망대 앞을 지나게 되고
자꾸만 눈길이 가는 선일대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긴 데크계단을 따라 보현암으로 향합니다.
보현암을 지나와 만나는 정규탐방로를 따라 연산폭을 향하니
많은 비가 오지 않으면 보기 힘든 골짝에도 물이 넘쳐 나는군요.
요즘 보기 힘든 두꺼비를 만났습니다.
새집 지으러 나왔는지 덩치가 제법 커 보여 힘 깨나 쓸것 같네요.^^*
잠룡폭포와 무풍폭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살짝 금줄을 넘어봅니다.
잠룡폭포(潛龍瀑布).
용이 숨어 살다가 선일대를 휘감으며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는군요.
잠룡폭포
무풍폭포
관음폭포 바로 아래에 위치한 무풍폭포(舞鳳瀑布).
바람을 맞지 않는 폭포라는 뜻입니다.
규모가 작은 탓에 폭포라는 명칭 대신
무풍계(無風溪)'라는 이름을 쓰기도 한다네요.
이번에는 '비하대(飛下臺)' 와 '학소대' 아래 형성된 폭포로
내연산 12폭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6폭인 관음폭포(觀音瀑布) 입니다.
그 곁으로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가 관음폭이며
그 아래 소(沼)가 곧 감로담(甘露潭)이라 불린답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이곳까지 올라와서 인증샷을 찍는 곳이기도 하지요.
관음폭포
관음폭포 양쪽으로 병풍을 두른 듯
성채를 이루고 있는 비하대(좌), 학소대.
12폭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제7폭인 연산폭포.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엄청난 수량의 폭포수가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광경은 장관이 아닐 수가 없네요.
연산폭포
가까이 다가서서 포즈를 잡고 있지만 긴장의 끈은 절대 놓을 수는 없었지요.
이번 산행에도 변함없이 원경을 담아보기 위해 건너편에서 바라봅니다.
역시 변함없이 만족을 주는 멋진 풍광이네요.
무풍폭 위로 올려다보이는 선일대.
관음폭포를 지나 긴 계단길을 오르며 올려다 본 소금강전망대.
이왕 왔으니 선일대도 보고 가야겠기에 데크길로 올라섭니다.
바위 벼랑을 따라 데크계단을 조성해 놓은 모습에 감탄을 하면서
깎아지른 듯한 암벽으로 이뤄진
내연산 선일대(仙逸臺) 위에 세워진 팔각 정자 앞에 서게 됩니다.
겸재 정선이 삼용추(三龍湫)를 완성한 후 이곳 선일대에 올라와
오랜 세월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곳이지요.
내연삼용추(內延三龍湫) 안내문.
선일대에서 내려다 본 관음폭포와 연산적교.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아찔할 정도로 절경입니다.
선일대 건너로는 오전에 다녀온 소금강전망대가 보이고
우측으로는 문수봉에서 흘러내린 칠성등이 올려다 보입니다.
내연산 계곡은 수많은 소와 선일대, 비하대, 학소대 등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뽐내고 있답니다.
선일대에서 내려와 연산폭포 상단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비하대를 오를 생각이었지만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집사람의 의견에
좀더 안전한 곳을 찾아 카메라에 담아보기로 합니다.
연산폭포 상단부에서 내려다 본 광경으로
청하골을 구비돌아 내려온 계곡물이
좁은 바위 틈바구니를 비집고 내려가려니
세찬 물길의 속도와 굉음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네요.
연산폭포 상단에서...
측면에서 바라본 무풍폭.
평소 폭포라 부르기엔 규모가 작은 곳이었는데
오늘만큼은 어엿한 폭포가 되어 있네요.
무풍폭포와 잠룡폭포
선일대와 더불어 내연산의 새로운 명물이 된 소금강전망대.
온통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여 있는 관음폭포 앞을 지나
보경사를 향한 귀로에 오릅니다.
문수암갈림길에 있는 쉼터에서 내려다 본 청하골.
푸르름을 잃지 않은 노송이 오늘도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있네요.
평소 같았으면 청하골의 차디찬 계류에 발 담그고 탁족을 즐기며
산행으로 찌든 땀을 씻어낼텐데 오늘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지경이네요.
농사용 관개수로를 따라
살방살방 걷다보니 어느 새 보경사가 가까워지고
내친 김에 보경사 산내암자인 서운암도 잠시 들러보기로 합니다.
산내암자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서운암.
유명한 동종이나 부도탑은 볼수 없어 조용히 빠져나옵니다.
잘 정비된 계곡의 등산로도 지나고
시원한 청하골 물줄기가 수로를 타고 보경사 앞에 이르렀습니다.
보경사 적광전(보물 제1868호)과
오층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03호).
적광전 법당에는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고
보현보살, 문수보살을 좌우 협시불로 모셔 놓았네요.
신방석(신발을 벗고 오르는 돌-옥으로 만들어짐)과 목조 사자상.
보경사 대웅전 (경상북도문화재자료 231호).
자그마치 수령이 300년이나 된다는 보경사 반송(盤松).
팔상전(八相殿)
석가세존의 일대 생애를 시기적으로 여덟가지로 나누어
그것을 팔폭화면으로 그려 모신 전각입니다.
산령각(山靈閣)과 원진각(圓眞閣).
산령각(山靈閣)은 산신각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산신각은 산신을 봉안한 건물로
우리나라 불교의 토착화 과정을 짐작케 하는
좋은 증거가 되는 곳이지요.
원진각(圓眞閣)은 원진국사의 등상(等像)과
영정을 중심으로 고승 16명의 영정을 봉안한 전각입니다.
영산전(靈山殿)과 명부전(冥府殿).
영산전은 석가모니불과 후불탱화로 영산회상탱화를 모신 곳이고,
명부전은 지장보살과 명부시왕을 모신 곳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재를 지내는 전각이기도 합니다.
보경사 경내에 있는 보물 252호 원진국사비.
보경사 대웅전 뒤쪽에 있는 전각들을 한꺼번에 담아 보았네요.
(팔상전, 산령각, 원진각, 영산전, 명부전, 원진국사비)
보경사 경내에 있는 오백 항아리.
된장이 유명해서 한통 구매를 했네요.
(1kg 한 통에 25,000원)
보경사의 또 하나의 보물인 보경사 탱자나무.
(경상북도 기념물 11호)
그동안 수없이 내연산 청하골을 찾으면서 폭포를 구경했었지만
오늘처럼 엄청난 수량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쉽게 볼수 없는 광경을 볼수 있었음에 만족을 느끼며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 해탈문을 지나옵니다.
'맥문동'
합장반배로 일주문을 나와 산행하며 묻은
온갖 오물과 불순물들을 먼지털이로 깨끗하게 털어내고서
식당가 입구에 있는 군립공원 관광안내소 앞에 도착하면서
청하골 폭포탐방은 끝을 맺게 되고
흡족한 마음을 안고 귀로에 오릅니다.
'◈ 산행이야기 > ☆ 2019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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