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떠나가는 여름의 끝자락에 야생화와 함께 걸어본 경주 단석산 본문
♧ 산행일자 : 2019. 08. 31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건천읍, 내남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경주시 내남면 비지1리 마을회관-OK그린목장-당고개갈림길-단석산-비지고개-화장골-비지1리 마을회관(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15분, 10.2km (식사 및 휴식, 야생화 촬영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유난히도 뜨거웠던 2019년의 여름도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가는가 봅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어 열심히 돌아가던 에어컨도 멈춰서게 되고 새벽녘에는 제법 한기가 들어 창문도 닫아야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이제 산을 찾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으니 꾀 부리며 게을리했던 산으로의 발걸음을 다시 시작해봐야겠지요. 마침 날씨도 깨끗해서 먼 곳까지의 조망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으로 영남알프스의 변방의 산을 하나 골라 찾아볼 생각으로 집을 나서 7번 국도를 달리다 북경주IC에서 20번 국도로 갈아타고 청도 옹강산으로 행선지를 잡고 달려가던 중 11시가 넘은 시각이라 오가는 거리에 산행시간까지 감안해보니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단석산으로 급히 변경을 하게 됩니다.
경주의 최고봉이기도 한 단석산을 그동안 여러 코스로 다 걸어보았지만 집사람과 함께 가볍게 다녀올만한 등로를 생각하다 문득 얼마 전 종편방송에 나온 '캠핑클럽'의 경주 편이 떠올라 구경시켜 주고픈 마음이 들어 내남면 비지1리 마을회관으로 목적지로 입력하고 차를 몰아갑니다.
단석산을 오르는 코스는 주로 건천읍에서 산내면으로 가는 길의 우중골을 시작으로 신선사를 지나 오르는 방법과 건천읍 방내리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데 내남면 비지리에서 오르는 산객은 그리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엔 괜찮은 코스랍니다.
더구나 개체수가 많이 분포해 있는 단석산의 야생화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비지리 코스가 제격인지라 오늘은 시간에 구애받음 없이 즐기며 걷는 발걸음으로 다녀올까 생각하면서 도착한 비지1리 마을회관 앞 공터에 주차를 해놓고 배낭을 들쳐메고 마을 안쪽길을 따라 걸음을 옮겨갑니다.
산행궤적
(확대)
오늘 산행의 베이스캠프인 비지1리 마을회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판장 앞을 지나 마을 안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마을을 벗어나면 좌측으로 낙동정맥길이 흐르고
가운데 능선 입구에 사곡저수지가 있습니다.
가운데 능선을 기준으로 좌측 골짜기는 절골이라 불리우고
우측 골짜기는 오늘의 하산로로 잡은 화장골입니다.
절골을 따라 단석산을 향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오늘은 집사람에게 색다른 곳을 안내해줄 요량으로
시멘트 임도를 따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구불구불한 시멘트 임도가 지루하긴 하지만
길섶에 피어난 들꽃과 눈맞춤하며
시원한 그늘숲을 걷노라니 그리 힘든 줄 모르겠네요.
떠나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악을 쓰며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근 한시간 가까이 걸려서야
능선에 위치한 OK그린목장에 서게 되는군요.
오래 전 은퇴 전의 직장에서 동료들과
이곳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처음 이곳을 찾은 집사람은 탁 트인 조망에
광활한 잔디밭이 썩 마음에 드나봅니다.
그렇다면 일단 오늘 산행의 만족도는
반쯤 먹고 들어가는 것 같네요.
그 시절엔 이렇게 멋진 곳인 줄 미처 몰랐었는데
오늘 보니 새롭게 보이는군요.
해발 600미터 지점의 능선에 산정호수가 있고
넓고 푸른 초원에는 멋진 소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괜찮은 곳이랍니다.
지금은 캠핑장과 오토캠핑장 그리고 글램핑장이 운영되고 있어
젊은 사람들에게는 알음알음으로 꽤 알려져 있는 곳이지요.
초원 우측으로 다가가면 '명상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있는데
얼마 전 방송된 종편의 '캠핑클럽'에서
이효리와 이진이 일출을 맞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네요.
OK그린목장의 하이라이트라 할수 있는
비지리 학동마을의 다랭이논 풍경입니다.
뷰가 멋진 곳이어서 출사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요.
올 가을 벼가 누렇게 익을 즈음 다시 한번 찾아와 봐야겠습니다.
예전부터 오케이목장으로 불렀었는데
지금의 정식 명칭은 '오케이그린 청소년 수련원'이라고 하니
혹여 찾아가실 의향이시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곳에서 가장 멋진 풍모를 자랑하는 소나무입니다.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라 반가운 마음이 앞서네요.
넓게 펼쳐진 초원에 멋진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있어 쉬기에도 그만인 곳이지요.
귀여운 손주녀석이 아장아장 걷게 되면
가족들 데리고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상부에 있는 방주교회로 향합니다.
가을이 한창 익을 즈음 산정을 아름답게 수놓을
억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풀밭을 지나
지금은 폐쇄되어 있는 방주교회 앞에 섭니다.
방주교회에서 바라본 오케이그린목장의 전경.
호수 주변의 푸른 초원에는
오토캠핑장과 글램핑장이 자리하고 있네요.
멀리 영남알프스의 고봉인 가지산과 운문산이 우뚝합니다.
낙동정맥 구간이기도 한 단석산 가는 길...
여기서 단석산까지는 2.8km.
당고개갈림길까지는 평지 수준의 등로라
오케이그린목장에서의 지체된 시간을 만회라도 하듯
내딛는 걸음에 속도를 더해봅니다.
능선의 삼거리 갈림길.
이곳은 비지리에서 절골을 따라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직진방향이 단석산 정상 방향이고
우측 아래가 비지리 절골방향 입니다.
방주교회를 떠난지 30분 남짓 후에
낙동길과 작별을 하게 되는 당고개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가슴 한켠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참나무.
참나무 혹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혹덩어리가 점점 커지고 있네요.
병마를 이겨내느라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이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우중골 독립가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부터는
등로는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고
천천히 발놀림을 해가며 한발한발 내딛다보니
김유신 장군이 무예를 연마하던 중
어느 도인에게서 신검을 하사받고
그 칼로 정상에 있는 바위를 두동강 내었다고
전해져오는 단석(斷石)이 있는 정상에 서게 됩니다.
경주의 서예가인 남령 최병익 선생의 글씨가 새겨진
정상석이 서있는 단석산은 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랍니다.
오늘 날씨가 깨끗한 편이어서 경주 시가지와
멀리 포항 앞 바다까지의 조망이 제대로 보이는군요.
다만 우거진 수풀로 인해 시야가 조금 가리워지는게 옥의 티라고나 할까요.
정상 주변의 그늘숲에서 점심 요기를 하고
산불감시초소 뒤쪽의 방내리 방향으로 길을 들면
천주암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가고자하는 비지리 방향은 직진입니다.
우거진 숲을 잠시 지나면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북쪽방향을 바라보니 방내리와 장군봉이 있는
건천IC 방향으로 향하는 마루금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군요.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장관을 이루는
진달래능선 너머로 경주 시가지와 건천 들녘이 보이고
선도산, 송화산, 구미산, 용림산 등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방송국 송신탑이 있는 벽도산과 그 너머로
신라인들의 영원한 불국토인 경주 남산...
멀리 토함산과 동대봉산 그리고 삼태봉으로 이어지는
삼태지맥 마루금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네요.
계속 시계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이번에는 가야할 방향으로 입암산이 봉곳하고
좌측 멀리 치술령도 눈에 들어오는군요.
남쪽방향으로는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어 직접 사진에다 써 봅니다.
오늘같이 쾌청한 날...
두 눈이 제대로 호강을 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살짝 당겨본 영알의 모습...
경주 시가지 방향을 마지막으로 담고서
우거진 숲길로 빠져들어 갑니다.
가파르게 내려서는 숲길따라 조심스레 등로를 잇다보면
내리막길 오른쪽으로 오천정씨묘를 지나면서
다시 완만한 내림길이 이어지고
잠시 후에 널찍한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절골을 따라 비지리로 내려서거나,
낙동정맥 주능선으로 다시 붙은 후
방주교회가 있는 OK그린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사거리 안부가 있는 비지고개입니다.
(← 방내리, ↑ 백석암, → 비지리)
몇년 전 집사람과 산머루를 따느라
한참을 머물렀던 기억이 새롭네요.
그나저나 못 와본 사이에
큰골로 내려서는 등로가 통제가 되어 있네요.
하지만 오늘은 직진의 입암산 방향이 아닌
우측 아래의 화장골로 내려설 계획입니다.
내려선 화장골은 인적이 드문 곳이라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길 잃기 딱 좋을 곳이어서
GPS를 꺼내 수시로 비교해가며 등로를 이어갑니다.
아주 간간히 나타나는 시그널을 길라잡이 삼아
작은 눈 크게 뜨고 숲속을 헤쳐갑니다.
눈길을 끄는 나무가 있어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수종(樹種)을 알 수는 없지만 아들이 공부하던
미국의 학교 교정에 서있던 나무와 좀 닮은 것 같네요.
규모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비지고개에서 20분 가량 내려서 만난 계곡을 건너 등로는 이어지지만
칡넝쿨이 진행을 방해하고 있는 등로를 통과하려니 꽤 성가신 발걸음입니다.
계곡을 따라 걷는 등로에 찾아본 무명폭...
가까이 접근은 절대불가입니다.
머리에 온통 검불을 뒤집어 쓴채 숲을 빠져나오니
한층 높아진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반겨주는군요.
아늑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여름철 알탕하기 좋은 은밀한 곳에서 땀을 씻어내고
물이 가득 들어차 있어 보기에도 시원한 사곡지를 지나
영글어가는 벼이삭의 싱그러움이 파란 하늘의 흰구름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하는 비지리 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붉은 단층 벽돌집으로 된 '천주교빌기공소'를 지나
비지 1리 마을회관에 당도를 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산행 중 만난 야생화들입니다.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들빼기, 가는장구채, 개모시풀, 갈퀴나물
괭이밥, 구와꼬리풀, 달맞이꽃, 기름나물
꽃범의꼬리, 무릇, 층층잔대
닭의장풀, 골등골나물,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밑씻개
바다나물, 배초향, 사위질빵, 부추꽃
쇠무릎, 수크령, 이삭여뀌, 오이풀
이질풀, 익모초, 참취, 짚신나물
털별꽃아재비, 칡꽃, 흰이질풀, 하늘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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