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설악산 1박 2일 산행 (백담사-봉정암-대청봉-탑골-오세암-백담사) - 제1부 본문
♣ 산행일자 : 2019. 11. 09 (토)-10(일) 날씨 : 흐린 후 맑음
♣ 산행장소 : 국립공원 설악산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백담사 입구-수렴동계곡-영시암-오세암갈림길-수렴동대피소-구곡담계곡-쌍룡폭포-깔딱고개-봉정암-소청대피소 (1박)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40분, 11.3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해마다 가을이 오면 으례껏 찾아나섰던 단풍산행이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는 기회가 닿지 않아 산하를 수놓는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없음이 아쉬웠는데 지난 주 팔공산 치산계곡의 늦은 단풍산행으로 목마름을 해결하고 단풍시즌이 끝나 조금은 한산하리라 생각이 드는 설악산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미리 예약해둔 설악산 소청대피소에 1박을 하고 집사람에게 공룡능선을 구경시켜 주고픈 마음으로 찾아가는 길이지만 무리하지 않게 상황에 따라 코스를 달리할 생각입니다. 새벽을 뚫고 7번 국도를 달려 북쪽으로 신나게 달려가던 중 영덕 장사해변에서 새벽을 뚫고 솟아오르는 일출을 구경하고 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동해고속도로를 달려 미시령터널을 통과해 도착한 백담사주차장.
단풍의 시즌이 지났다고 하지만 주말을 맞아 설악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넓은 주차장에는 빈 자리가 보이질 않네요. 겨우 겨우 한 자리 얻어 파킹을 해놓고 백담사행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니 대기자가 엄청 많았지만 버스 배차간격이 짧아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탈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조금은 비싸다 싶은 편도 2,500원의 버스비를 지불하고 15분 가량 백담계곡을 끼고 달린 버스는 백담사 주차장에 승객들을 내려 놓아주는군요.
먼저 4년 5개월 만에 다시 찾은 백담사부터 간단히 구경하고 갈 생각으로 경내로 들어가 수박 겉핡기식으로 둘러보고 다리를 건너와 백담사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설악의 품으로 들기 시작합니다.
설악산 1박 2일 산행궤적
(확대)
첫째 날 산행궤적
(확대)
포항을 떠나 7번 국도를 달려가던 중
영덕 장사해변에서 맞은 일출 광경입니다.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
존경하는 나의 아버지...
학도병으로 참전하셨던 곳이기도 합니다.
용대리 백담주차장에 주차를 한뒤 마을버스를 타고 도착한 백담사.
낯익은 풍경이 펼쳐지는군요.
이제는 명물이 되어버린 수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겨있을 돌탑들...
설악산 백담사(雪嶽山 百潭寺).
내설악에 있는 대표적인 절로 만해 한용운 선생이
10년 동안 수도생활 하면서 스님이 되시고
'님의 침묵'이란 시를 발표하는 등 일제의 민족 침탈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구상하였던 유적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백담사의 이모저모.
백담사 입구의 안내판 앞에서 오늘의 산행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봉정암까지 10.6km.
부지런히 걸어야겠군요.
백담탐방지원센터
백담자연관찰로.
별도의 힐링 산책로로 구성을 한 곳인데
잠시나마 걸어보고파 들어섭니다.
수렴동계곡은 백담사에서 내설악의 수렴동대피소까지의 계곡을 말하는데
수렴동계곡 황장폭포
수많은 담과 소가 이어지는 계곡을 바라보며
계곡 주변으로 나있는 숲길을 걸을 수 있는 좋은 트레킹 코스이지요.
시선을 압도하는 절경을 자랑하는
외설악의 천불동계곡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산기슭이면서도 숲길과 계곡길이 이어지는 명품 탐방로입니다.
백담사 주차장을 떠난지 한 시간이 채 안 걸려 도착한 영시암.
3.5km로 꽤 먼 거리지만 산책하기 좋은 편안한 숲길이라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도착을 한 것 같습니다.
대청봉을 올라가려는 등산객들도 많지만
오세암이나 봉정암을 찾아가는 불자들도 많은 곳이지요.
백담사의 부속 암자인 영시암(永矢庵)
영시암은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백담사(百潭寺)에서 봉정암쪽으로 약 3.5km쯤 올라가다 보면 나옵니다. 이 절은 효종(孝宗)조에 영의정(領議政)을 지낸 김수항(김壽恒)의 아들인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선생이 최초로 창건(1709년)했다고 합니다. 숙종 때 장희빈이 낳은 아들을 원자로 책봉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기사환국(己巳換局)으로 원자 책봉을 반대하던 송시열과 김수항이 사사되었는데 김수항의 아들인 김창흡은 이에 환멸을 느끼고 전국을 떠돌다가 이곳에 와서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이것이 영시암이라 합니다. 처음에는 삼연정사(三淵精舍)라 하였다가 뒤에 영시암(永矢庵)이라 했다고 합니다. 영시(永矢)이란 세상을 영원히 떠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의 영시암은 1950년 6.25전쟁으로 인하여 소실(燒失)된 이후 폐허(廢墟)가 되었던 것을 1992년에 백담사(百潭寺) 주지로 있던 김도윤(金道允) 스님이 다시 복원하여 옛날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영시암의 요사체 툇마루에 걸터앉아
준비해간 먹거리로 요기를 하고 봉정암을 향한 걸음을 계속합니다.
오세암갈림길.
오른쪽 길은 봉정암으로 향하는 길이고
왼쪽 길은 산행을 마친 후 오세암을 거쳐 나오게 될 길입니다.
부처님께 간절한 염원을 담아 기도를 올리기 위해
공양물을 짊어지고 멀고도 험한 길 찾아가는
불자들의 신심(信心)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갈림길에서 15분 후 도착한 수렴동대피소.
가야동계곡의 초입이기도 하지요.
또한 용아장성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렴동대피소를 지나고부터는 구곡담계곡이 시작됩니다.
구곡담계곡은 수렴동대피소에서 봉정암에 이르는 계곡으로
9개의 담(潭)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외설악을 대표하는 계곡이 천불동 계곡이라면
내설악을 대표하는 계곡은 당연히 구곡담 계곡입니다.
올려다보이는 저 바위는 언제쯤이면 제자리를 벗어날까요?^^*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바위 아래를 지나며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은데다
바위 절벽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도 범상치 않아 보이네요.
등로 좌측으로 병풍을 두른 듯
솟아있는 암봉들은 용아장성을 이루는 줄기입니다.
백운동계곡의 관문.
저 안에도 설악의 절경이 숨겨져 있겠지요.
암반에 자리를 잡고 쉬어가는 곳인데 오늘은 그냥 통과하기로 합니다.
용아장성의 암봉들...
언제 저 곳을 걸어볼 수 있을까요?
희망사항일 뿐...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거대한 성채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용의 이빨...
구곡담의 만수폭포.
관음폭포부터 고도를 급격히 올리며
구곡담계곡의 하일라이트가 시작됩니다.
극락세계로 오르는 사다리 같은 형상의 폭포인데
이름하여 '관음폭포'입니다.
3단으로 이루어진 관음폭포.
감히 범접하지 못할 위엄을 갖추고
속인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듯합니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용아의 절벽을 올려다보는
산꾼의 눈에는 그저 아찔할 따름이네요.
용아폭포.
구곡담에서 가장 유명한 쌍룡폭포는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좌,우측에서 물줄기를 쏟아 붓고 있답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폭포는
힘차게 물이 흘러 남폭이라고도 하고,
왼쪽의 폭포는 여인의 치맛자락에
떨어지는 듯하다고 해서 여폭이라고도 한답니다.
폭포수가 이룬 연못에는 계곡 상류에서 실려온 단풍들이
정처모를 여행길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네요.
오랜 세월 구곡담계곡을 지키며 지내다 생을 마감한 고목의 주검.
사뭇 비장함이 감도는 분위기입니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정말 멋진 폭포인데 이름 하나없는 무명폭포입니다.
포항 운제산에라도 자리잡고 있으면 금새 유명세를 치를텐데...^^
'머리를 낮추면 부딪히지 않습니다.'
용의 이빨...
봉정교에 다다랐습니다.
봉정교 이후부터는 구곡담 계곡을 벗어나
가파른 길을 따라 봉정암을 오르게 됩니다.
해탈고개에서 봉정암까지 0.5km는
일명 '깔딱고개'라 불리는 매우 가파른 급경사 오르막으로
누구든 평등하게 두 발과 두 손까지 이용해야만 오를 수 있는 바윗길입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깔딱고개도 끝이나고
안부에 올라서니 사자바위 이정목이 반겨주는군요.
사자바위.
사자바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가히 비경이라 할만하네요.
사자바위에서 바라본 봉정암 전경.
중청봉의 축구공이 올려다보이는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사자바위를 내려와 봉정암으로 향합니다.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산신각 방향의 돌계단을 올라 윤장대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소원 한가지씩 안고 걸어갔을 영겁의 길...
사리탑 가는 길을 올라서면 부처님의 불뇌사리탑에 도착을 하게 되고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립니다.()()()
설악산 봉정암 불뇌사리탑(보물 제1832호)
봉정암은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정선 정암사, 오대산 상원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로 이 절은 신라의 자장율사가 석가모니부처님의 뇌사리를 모셔와 봉안한 '불뇌보탑'이 있어 불자라면 한번은 꼭 참배하기를 희망하는 성지랍니다.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지요.
설악의 험한 준령(해발 1,244m)에 자리 잡아 많은 수고와 고행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봉정암 사리탑이 있는 곳은 내설악에서도 손꼽히는 조망터입니다.
내설악을 대표하는 비경인 용아장성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지요.
오늘도 예외없이 예전의 모습으로 흔적을 남겨봅니다.
또한 외설악을 대표하는 비경인 공룡능선을 볼수 있으며
공룡능선 끄트머리의 마등령 너머 북쪽으로 달려가는
저항령, 황철봉, 신선봉 등 대간길의 마루금도 볼수 있답니다.
봉정암으로 오는 도중 곳곳마다 펼쳐지는
멋진 풍광에 매료되어 발걸음을 멈추다보니
예상시간보다 많이 초과가 된것 같아
몇 번 들렀던 봉정암은 그냥 패스하기로 하고
새롭게 조성된 등로를 따라 소청대피소로 향합니다.
봉정암을 감싸고 있는 기암들...
곧 해넘이가 시작될 듯한데 볼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소청대피소를 향한 오름길 역시 장난이 아닙니다.
대피소 가기 전에 맞은 일몰.
다행히 오름길에서나마 볼수 있어 다행이고
역시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둠이 깃든 소청대피소에는 먼저 도착한 산님들이 북적이고 있네요.
소청대피소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내설악 풍경입니다.
내설악 최고의 비경인 용아장성이 발 아래 펼쳐지고
외설악의 공룡능선은 구름이 가려져 있어 일부만 보이는군요.
좌측의 귀때기청봉과 멀리의 안산 너머로 노을이 물들고
설악은 어둠속으로 빠져들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예약확인을 하고 방 배정을 받은 후 취사장으로 내려가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대청봉 일출을 보기 위해 저녁 8시 소등에 맞춰 일찌감치 자리에 들어보지만 평소 자던 습관이 아니어서 그런지 쉬이 잠이 오질 않네요. 카메라, GPS, 휴대폰 등을 준비해간 대용량 보조배터리에 충전을 하면서 잠시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다가 내일의 원활하고 안전한 산행을 위해 애써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꿈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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