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다녀온 경주남산 우중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9. 12. 01 (일) 날씨 - 흐림,비
♣ 산행장소 : 경주남산국립공원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망월사-삼릉숲-선각육존불-삼릉계석불좌상-삼불사등산로 합류-상선암-바둑바위(금송정 터,390봉)-삼불사능선(선방골능선)-배리삼존불-삼불사
♣ 산행시간 및 거리 : 2시간12분, 3.8km (휴식 및 간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설악산으로의 1박 2일 산행과 영축산 산행이 조금은 무리였던지 무릎의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더니 물이 찼다는 진단을 받고 산행을 자제하라는 의사의 권유에 처방해주는 약을 먹고 근신 아닌 근신을 하며 지내고 있으려니 좀이 쑤셔 몸부림이 날 지경입니다.
등산 외에는 달리 할만한 취미가 없어 장거리 산행은 지양을 하더라도 가벼운 코스를 찾아 계속 산행을 하고 싶은 마음에 보름 만에 다시 산을 찾아볼 계획을 하고 집을 나서니 하늘은 잔뜩 찌푸린 채 인상을 쓰고 있네요.
2주간의 일정으로 집에 놀러온 딸아이가 경주에 볼일이 있어 데려다 달라는 말에 경주남산을 산행지로 잡고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곧장 경주 남산을 향해 차를 몰아가니 가는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는군요. 이왕 왔으니 정상까지는 못가더라도 가장 편한 코스로 우산 쓰고 가볍게 산책하듯 걷다 오자며 망월사 입구의 공터에 주차를 해놓고 삼릉숲을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확대)
망월사(望月寺)
망월사의 역사는 자세하게 전하는 문헌 기록이 없는데 절에서 전하기로는 신라 선덕왕(재위 632-646)때 선방사(禪房寺)로 창건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 임진왜란으로 폐사되었고 1950년 무렵 옛터 위에 중건되어 오늘에 이른다고 하네요.
'망월사'라는 절 이름은 근래에 대웅전을 지을 때 땅에서 초석이 나왔는데, '望月寺'라고 새겨져 있어 그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망월사는 원효종의 총본산격으로 삼국시대에 창건된 선방사의 맥을 잇고 있는데 주변에는 포석정과 삼불사가 있어 함께 들르기에 좋고 또 망월사 앞에는 절에서 관리하는 전통찻집이 있어 쉬어갈 수도 있답니다.
서남산 자락의 탐방로에 있는 공동묘지를 지나 삼릉숲으로 들어섭니다.
사진 작가들이 많이 찾는 명소인
삼릉의 웅장한 소나무 숲이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오랜 세월의 소나무가 제각기 자라 장관을 연출하고 있네요.
삼릉의 감동을 뒤로 하고 소나무 숲을 지나 냉골을 따라 등로를 이어갑니다.
냉골 석조여래좌상
삼릉에서 개울을 따라 계곡으로 약 500m쯤 가면
길 옆 바위 위에 머리 없는 석불좌상이 앉아 계시는데,
계곡에 묻혀 있다가 1964년 발견되어 이곳에 옮겨 놓았답니다.
옷주름들이 생생하게 남아있고 가슴에 매듭이 사실적으로 새겨져 있어
우리 나라의 특색있는 장식품인 매듭이
신라 때부터 전해 왔다는 것을 이 가사 끈이 말해 주고 있는 셈이지요.
아쉽게도 머리와 두 무릎이 파괴되어 손 모양을 알 수 없지만
8세기 중엽 신라 전성기의 위풍당당한 불상입니다.
선각육존불(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지방유형문화재 21호)
자연 암벽의 동쪽 바위 면에 설법하고 있는 석가모니 삼존불을 새기고
서쪽 바위 면에 아미타 삼존불을 새겨 현생과 내생을 나타낸
선(線)으로 조각한 6존상으로 그 조각수법이 정교하고 우수하여
우리나라 선각마애불 중에서는 으뜸가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답니다.
비가 오는 촉촉한 날의 남산...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다양한 문화재를 쉴 틈 없이 볼수 있는 냉골코스는 명불허전입니다.
삼릉계 석불좌상 바로 아래에 있는 삼층석탑터 안내문입니다.
석탑터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삿갓골 너머 금오산으로 바로 오를 수 있는 능선이 건너보이고
뒤돌아 발걸음을 떼어가면 복원이 되어
의젓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삼릉계 석불좌상이 올려다 보입니다.
석조여래좌상(삼릉계 석불좌상, 보물 제666호)
삼릉계곡의 왼쪽 능선 위에 있는 석불좌상으로 화강암을 조각하여 만들었는데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정수리 부근에는 큼직한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자리잡고 있고 얼굴은 원만하고 둥글며 두 귀는 짧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왼쪽 어깨에만 걸쳐 입은 옷의 옷주름선은 간결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었으며 허리는 가늘고 앉은 자세는 안정감이 있습니다.
대좌(臺座)는 상·중·하대로 구성되었는데 상대에는 화려한 연꽃무늬를 조각하였으며 8각 중대석은 각 면에 간략하게 눈모양의 안상(眼象)을 조각해 놓았네요. 하대는 단순한 8각대석으로 되어 있답니다.
8각의 연화대좌에 새겨진 연꽃무늬와 안상을 비롯하여 당당하고 안정된 자세 등으로 보아 8∼9세기에 만들어진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석불좌상을 둘러보고 상선암으로 향하려다
고개 들어 올려다 본 바위 군락이 눈길을 끌어 호기심을 유발하는군요.
그래서 산책으로 찾아온 걸음이 산행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큼직한 바위 사이로 나있는 묵은 옛길의 흔적을 따라 조심스레 올라서니
그제서야 조망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배동의 들녘과 벽도산과 단석산 등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수없이 경주 남산을 오르내렸지만 지금 걷는 코스는 처음인지라
눈에 보이는 큼직한 바위들이 새롭기만 합니다.
경관을 구경하고자 바위 끄트머리로 나가보니
누군가 올려놓은 불두를 보고 깜짝 놀랐지 뭡니까?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곳인데
누가 이런 외진 곳에 놓아두었는지...
되돌아나와 좀더 위쪽의 바위 벼랑끝으로 가보니 그제서야 의문이 풀리는군요.
벼랑끝 바위 틈새에 텐트 하나 설치해놓고
입산수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바위 틈새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데...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대단하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네요.
조용히 되돌아나와 능선을 향한 걸음을 이어가니
삼불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됩니다.
금지구역이지만 새로운 길 하나 알게 되었네요.
조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삼릉숲.
오늘의 반환점으로 잡은 바둑바위가 있는 390봉을 바라보면서
몇 발자국 진행하다 한동안 발걸음이 뜸했던
상선암을 찾아 가고파 다시 금줄을 넘게됩니다.
상선암은 삼릉계곡 정상부 바위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데
불상을 모신 불전과 작은 요사채만 있는 작은 암자입니다.
경주 남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사찰로
삼릉코스로 금오봉을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곳이라
주말이면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합니다.
작은 암자이지만 절터만 남아 있는 경주 남산의
작은 암자들의 옛 모습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상선암을 지나와 위쪽에 있는
'삼릉계곡 마애석가여래좌상'을 구경하고자 나섰지만
낙석위험으로 인해 보수공사 중이라 출입을 금하고 있네요.
올 면말이 지나고 새해 들어서게 되면 해제가 된다고 하니
내년에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회 등산로를 따라 옛날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았다고 전해오는 바둑바위에 서게 됩니다.
바둑바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시원스럽기 그지없는 곳이지요.
비록 가는 빗줄기가 흩뿌리는 운무속이지만
눈에 익은 경주의 나즈막한 산들이 시야에 잡히네요.
금송정터와 바둑바위
통일신라의 악성 옥보고가 거문고를 타며 즐기던 곳이라 합니다.
금송정터에서 바라본 서남산 상사암.
금송정터에서 가져간 간식을 먹으며 잠시 다리쉼을 하고 있으니
내리는 비의 양이 좀더 많아지고 있어 하산을 서두르기로 합니다.
삼불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선방골의 부처님.
마모가 심해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는군요.
지금 걷고 있는 삼불사코스는
본인이 가장 많이 다녔던 길이 아닌가 싶네요.
적당한 경사도에 흙길과 바윗길이 적절히 어우러진 난이도가 약한 코스라
초보자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등로라 할수 있습니다.
산행이 거의 끝나갈 즈음에 만나게 되는
못 보던 이정표에 발걸음을 살짝 좌측으로 돌려봅니다.
30m 가량 떨어진 곳에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간 채로
누워있는 '선방곡 제1사지 석조여래입상'을 만나게 되네요.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보물 제63호).
조각솜씨가 뛰어난 다정한 얼굴과 몸 등에서
인간적인 정감이 넘치면서도 함부로 범할 수 없는
종교적 신비가 풍기고 있는 작품으로
7세기 신라 불상조각의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삼존불 주변으로 비를 피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객들이 있어
간단히 사진 한장만 담고서 삼불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1교구 본사 불국사 말사인 삼불사(三佛寺).
미처 떠나지 못한 단풍이 내리는 겨울비에 떨고 있네요.
그래서 그런지 아름다움도 처연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삼불사 입구의 계수기를 통과하면서 간단하게 걸어본
경주 남산의 발걸음은 끝을 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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