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봄의 전령사를 찾아 나선 오어지 대골-원효봉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20. 02. 22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오천읍, 대송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오천읍 안항사 입구-황새등-대골 입구-시루봉골 갈림-꽃벵이농장갈림길-산여고개갈림길-원효봉(헬기장1)-헬기장2-오어지둘레길-황새등-안항사 입구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05분, 10.05km(야생화 탐사 및 식사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휴일 오전근무가 있는 주간이라 토요일에 산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간단히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섭니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먼길 떠나기도 그렇고 사무실에서 입력작업도 해야 해서 가까운 곳으로 다녀올 요량으로 아파트 상가의 김밥집에 들러 구매 후 갈무리하고서 2주 전과 마찬가지로 오어지 상류의 안항사를 향해 차를 몰아갑니다.
주말이 되면 오어사 입구의 오어지 주차장에는 산행이나 오어지둘레길을 걷기 위해 찾아오는 탐방객들이 타고온 차량들로 늘 붐비곤 했는데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하기 짝이 없네요.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면서 외항사마을에서 오어지를 끼고 나있는 도로를 따라 달리다 상수원 감시초소가 있던 안항사 입구에 도착하니 그나마 주차해놓은 차량들이 눈에 띄는군요.
비상시국에 짧은 거리나마 운동삼아 나온 분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리라 생각하며 배낭을 들쳐메고 오어지둘레길을 따라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확대)
예전 상수원감시초소가 있어서
GPS 포인트를 감시초소라 적었었는데
철거가 된 지금은 마땅히 부를만한 게 없어
지역 이름을 따서 '안항사 입구'로 정해 사용하기로 했네요.
입춘과 우수가 지났지만 아직도 바람은
꽤 쌀쌀하게 불어대고 있어 한기를 느낄 정도입니다.
2주 전 산행 때 들머리로 올랐던 황새등 앞을 지나게 되고...
지속되는 겨울 가뭄에 오어지의 수량이
부쩍 줄어들어 보는 이의 마음도 짠해집니다.
대골 초입에 들어서니 겨울 가뭄때문인지 물이 바짝 말라있네요.
요즘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좀 더 일찍 들꽃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들어선 대골...
아직은 봄이 이른 듯 싸늘한 기운이 온 몸을 엄습해 오는군요.
행여나 대지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차가운 기온에 놀라 도로 들어가버린건 아닌지
등로 주변을 둘러보는 눈길에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그나마 흘러내리는 계류의 물소리 만큼은
봄이 왔음을 알려주려는 듯 경쾌한 소리로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드디어 종달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재잘거리는
형상을 하고있는 '현호색'을 첫 대면하게 되는군요.
작은 눈 크게 뜨고 요리조리 시선을 돌린 끝에
차가운 대지 위를 뚫고 나온 앙증맞기 짝이 없는 노루귀도 만나게 됩니다.
봄 햇살을 머금은 뽀송뽀송한 솜털과
짙은 파란색의 귀여운 청노루귀를 보기 위해 찾아든 대골...
아직은 봄의 흔적이라곤 하나 없어보이는 숲에도
연하고 갸날픈 꽃대에 매달린 꽃... 청노루귀!
이 세상에 오느라 수고가 많았을 녀석을 보니
참으로 고맙고 감동스럽습니다.
홀로 외롭게 피어 봄소식을 전하는 복수초도 대면하게 되는군요.
시간이 아직 남아 있으니 좀더 기다려봐야겠네요.
뽀얀 솜털 허리춤에 달고 살포시 고개를 빼들며 길손을 맞이하는 청노루귀.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발 밑을 조심조심 옮겨다니며 담아봅니다.
오히려 적게 핀 것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작지만 앙증맞게 예쁜 들꽃입니다.
봄처녀를 닮은 수줍음 많은 봄꽃...
추위를 무릅쓰고 올라온 모습이 너무 당당하게 보이네요.
마치 작은 새들이 모여 지저귀는 듯 귀여운 야생화... 현호색
갸느린 꽃대에 솜털이 안쓰러운 노루귀를 보며
영하로 다시 한번은 내려갈 날씨가 걱정이 되는군요.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나오는 강인함과
긴 개화기간으로 인해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알려진 복수초...
햇살 가득한 곳에는 '현호색'이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웠네요
주머니처럼 길쭉한 꽃자루 안에
꿀이 가득 들어있어 꽃말을 '보물주머니'라 부른답니다.
봄날이라고 하지만 산속의 공기는 아직도 차갑게 느껴집니다.
특히 그늘진 곳에는 아직 한기가 느껴질 정도니까요.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변산바람꽃...
드디어 제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봄은 이렇게 화사하고 화려하게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추위를 뚫고 연하디 연한 줄기와 꽃머리를 내밀어 꽃을 피운
자연의 신비로움은 강함을 넘어 경이롭기만 하네요.
유난히 돌이 많은 숲에 제대로 핀 변산바람꽃 두 송이가 씩씩해 보입니다.
돌틈에서 낙엽이불도 제대로 못 덮었을텐데
그 사이를 용케 비집고 나온 변산아가씨들...
시절이야 하 수상하고 어지럽지만
그래도 제 할일 하느라 작은 힘 크게 쓰고 세상으로 나와준
작은 꽃들에게서 받는 위로는 참으로 크다 하겠습니다.
봄의 전령사들과 눈 맞추며 시간 가는 줄 모르도록 보내느라 많이 지체가 되었으니
이제 산행모드로 바꿔 대골 깊숙이 속살을 헤집고 들어가기로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들어와 살고 있는 농막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네요.
외딴 집을 지나 얼마 되지 않아 너른 묵정밭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맞은편 숲으로 오르기로 합니다.
예전에는 조금 더 진행하면 나오는
계곡(시루봉골)을 따라 '꽃벵이농장'으로 진행했었는데
오늘은 농장과 산여고개를 거치지 않는 지름길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생각보다 뚜렷한 등로가 이어지는데
아마도 시루봉골의 계곡물이 넘칠 경우에
우회로로 이용되었던 모양입니다.
삼거리에서 좌측 아래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을 버리고 우측 허리길을 따라 진행해나갑니다.
지나온 갈림길에서 곧장 능선으로 치고 올랐어야 했는데
농장으로 연결되는 계속되는 허리길을 따르다 놓치고 말았네요.
하는 수없이 등로 좌측의 전망바위가 있는 곳에서
무작정 급사면을 치고 올라갑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나뭇가지와 뿌리를 부여잡고
가풀막을 헤치고 올라가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한 두번 겪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씩씩하게 잘 올라가는군요.
지능선에 올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되는 '경주김씨묘'.
저 멀리 잘록이 부분이 대골의 끄트머리로
시경계길(운토종주)과 만나는 지점이지요.
산여고개에서 원효봉으로 이어지는 등로와 합류가 되고
'내 나무'
누가 팻말을 붙혀 놓았는지 모르지만
누구든지 돌의자에 앉아 쉬어가며
자기 나무라 일컬어도 흉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등로를 따라 나서면
산길은 약간의 오르내림을 계속하다
헬기장이 있는 원효봉(운제 중봉)을 건너편에 두게 되면서
좌측 아래로 내림길이 이어지고
다시 평지성 등로를 따라 6~7분 가량 진행하면
헬기장이 있는 원효봉(운제 중봉. 422봉)에 닿게 됩니다.
헬기장에서 가파른데다 얼었던 땅이 녹아 질척거리는
내림길을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내려오면
등로는 걷기 좋은 평지성으로 바뀌게 되고
숲 사이로 바라보이는 대왕암을 카메라에 담고서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원효암갈림 삼거리에서
직진길을 따라 두 번째 헬기장을 향해 진행해 나갑니다.
산상연못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합창소리를 들으며 도착한 두 번째 헬기장.
따스한 햇살 아래 보도블록에 자리잡고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하고
좌측 오어지 방향이 아닌 우측 지능선을 따라 대골 입구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하산길에 올려다 본 원효봉(운제 중봉)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이는 오어지.
헬기장에서 20분 가량 내려와 오어지 둘레길과 합류가 되고
대골 초입의 갈림길을 지나 항사리 방면 오어지둘레길을 따라갑니다.
건너편 메타쉐콰이아 숲의 쉼터를 살짝 당겨보니
평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오늘은 보이질 않네요.
'황새등' 쉼터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함께 걷는 오어지를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은
포항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해 불어난 오미골의 계곡물에 휩쓸려 사라져버린
봉사의 돌탑은 흔적만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복원하는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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