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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매섭기로 이름난 칼바람 맞으러 찾은 소백산 눈산행 본문

◈ 산행이야기/☆ 2021년도 산행

매섭기로 이름난 칼바람 맞으러 찾은 소백산 눈산행

해와달^^* 2021. 1. 19. 07:06

♧ 산행일시 : 2021. 01. 17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충북 단양군 단양읍, 가곡면. 경북 영주시 순흥면 일원

♧ 산행인원 : 아내와 둘이서...

♧ 산행코스 : 어의곡(새밭)주차장-쉼터-어의곡삼거리-비로봉-주목감시초소-천동삼거리-천동쉼터-다리안관광지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12.93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지난 주 영천 보현산으로의 눈산행에 이어 이번 주에도 눈산행을 하고파 산행지를 물색하니 덕유산 곤돌라가 매진이 되었다는 소식에 하는 수없이 북쪽으로 눈을 돌리니 소백산 칼바람이 생각이 나는군요. 앞뒤 잴 것도 없이 새벽 댓바람부터 부산을 떨며 어부인 대동하고 집을 나섭니다.

사계절 아름답고 산악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소백산이지만 그래도 소백산하면 뭐니뭐니 해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이 매서운 겨울의 소백산이 제일이지 않을까 싶네요.

일기예보에 바람이 많이 분다던지 기온이 내려간다는 소식이 올라오면 일부러 극추위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꽤 있을 정도니까 말입니다.

그동안 소백산을 여러 번 찾아서 칼바람을 맞은 경험은 있지만 집사람은 아직 그러지 못한 터라 이 참에 소백의 진면목을 제대로 체험해 보라는 의미로 찾았지만 극강의 칼바람이 아니었음에도 울음보가 터져 나올 만큼 고통이 심했던지 원망과 질타를 많이 받았고 앞으로 소백의 '소'자도 꺼내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네요.

하지만 글쎄요... 시간이 지나면 또 마음이 변할지도 모를 일이니 언젠가 또 소백으로 발걸음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산행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집을 출발해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리다 상주-영천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다시 중앙고속도로로 바꿔 차를 몰아가다 영주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휴식을 취한 후 죽령터널을 지나 단양으로 들어서 버스터미널 부근의 주차장에 파킹을 해놓고 단양농협 건너편 버스정류소로 이동을 하여 새밭행 604번 버스를 기다립니다.

오전 8시 50분에 종점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이곳에 도착하는 시간이 8시 55분. 하지만 10분 가량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추운 날씨에 벌벌 떨다가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고 어의곡을 향해 달려가니 그제서야 몸이 녹는군요.

구불구불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어의곡주차장에는 관광버스 2대에서 산행을 나온 산님들이 쏟아져나오고 저마다 채비를 하느라 시끌벅적하네요.

두터운 겉옷은 갈무리하고 플리스쟈켓을 걸쳐입고서 포항의 날씨와는 확연히 다른 소백의 기온을 온 몸으로 느끼며 비로봉을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단체 산행객들이 떠나고 난 새밭주차장에서 오늘의 산행 시작합니다.
주차장에서 50m 가량 진행하면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 우측 비로봉 방향으로 들어서면
대지는 꽁꽁 얼어있는지 스틱 끝에 닿는 촉감은 그야말로 돌덩이리가 따로 없네요.
어의곡 탐방안내소.
기대와 달리 등로는 딱딱하게 얼어있지만 내린 눈은 거의 녹은 상태라 조금은 심심한 길의 연속입니다.
청아한 물소리가 정겨웠던 계곡에도 온통 꽝꽝 얼어 붙었습니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경사도 가팔라지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힘겨워하는 집사람의 걸음걸이는 처져만 가는군요.
소백산 최단코스이긴 해도 계속 되는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길은 아니랍니다.
앞서 걷다가 기다려주다가를 반복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오름을 계속하니
쉼터가 있는 곳에 도착을 하게 되지만 선점한 산객들이 있어 곧장 등로를 이어갑니다.
빽빽히 들어선 나무들이 눈 앞에 나타나게 되면서 가파름으로 연속되던 등로는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등로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이는 신선봉 능선에는 하얀 눈모자가 씌어져 있네요.
정상부의 능선이 가까워지니 나무들도 하나 둘 하얀 나뭇가지를 드러내기 시작하는군요.
내린 눈들로 만든 설화가 아니고 날리는 눈들이 얼어 붙어 만든 설화(雪花)터널.
하얀 서리꽃이 만발한 소백산...
나무 가지마다 하얀 사슴뿔처럼 예쁘게 상고대가 피어났네요.
능선이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세찬 바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바닥에 쌓여있던 눈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모습에
배낭 속에 갈무리했던 두터운 겉옷과 장갑 등을 꺼내 단단히 무장을 하고서 주능선으로 향합니다.
답답한 숲길을 벗어나 벅찬 가슴을 안고 파란 하늘이 눈부신 능선으로 올라서지만
맨 처음 우리를 반겨주는 건 다름아닌 악명 높은 소백의 바람이었네요.
칼바람이 몰아치는 소백의 능선길...
국망봉과 비로봉으로 갈라지는 어의곡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매몰차게 불어제끼는 칼바람을 등지고 카메라 대신 준비해간 휴대폰으로 국망봉 방향의 풍광부터 담고서 비로봉으로 향합니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능선에 서니 순간 지옥에 온 듯한 느낌이 찾아듭니다.
사진이라 실감이 나지 않지만 무지막지한 바람이 불어대는 주능선을 통과하려니 몸이 휘청거려 진행이 쉽지 않네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과 장갑을 벗으면 손이 얼어붙는 듯한 강추위로 엄청 고생스럽게 사진을 찍어가며
고개 숙이고 모자 눌러쓰고, 거센 칼바람에 비틀비틀...한걸음 두걸음 앞으로 직진하는것 뿐...
큰 장갑을 끼고 있어도 손 끝이 삽시간에 아려 옵니다.
사진 속에서는 정상으로 가는 길이 부드럽고 지극히 평안해 보이지만 눈보라가 날릴 만큼 매서운 칼바람이 속옷을 파고들어 살갗을 쑤셔대는군요.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능선, 흰눈과 어우러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현실은 혹한과 광풍이 격렬하게 싸우는 참혹한 전쟁터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단체산행객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뒤에 정상석 앞에서 흔적을 남겨봅니다.
비로봉 정상에서 바라본 북쪽 국망봉 방면 백두대간 풍경
비로봉을 내려서며 바라본 주목군락지와 감시초소.

 

칼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정상석 밑 비로사 방향으로 내려서지만 선점한 산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주목감시초소로 이동하기 위해 비로봉을 내려서니 광풍은 다시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마주 올라오는 산객들은 등 뒤로 칼바람을 맞고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맞바람을 안고 진행하려니 얼굴이 너무 따가워 고통스럽기 조차 합니다.

 

주목감시초소

 

 

주목감시초소가 가까워졌지만 시끌벅적한 소리에 과연 빈 자리가 있을지 은근히 걱정이 되는군요. 마침 식사를 끝내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 분들이 있어 운좋게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서둘러 점심상을 차립니다. 난생 처음 소백의 칼바람을 겪은 집사람은 거의 혼이 나간 상태여서 조금만 건드리면 울음보가 터질 지경이어서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뜨거운 컵라면 국물을 마시며 먹거리로 허기를 면하고 나니 그제서야 집나간 정신이 되돌아오는 것 같네요. 감시초소에서 바라본 주목군락지와 비로봉의 모습을 담고 천동삼거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지난 가을 걸어왔던 흔적을 바라보니 새삼스럽습니다.
천동삼거리에 당도하니 바람은 이제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능선이 바람을 막아주는 때문이겠지요.
천동계곡으로 내려서는 등로는 여전히 많은 눈이 남아있어 아름다운 눈꽃을 볼수 있네요.
아주 풍성한 상태의 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보아줄만한 눈세상이어서 연신 셔터 누르기에 바쁩니다.
천동계곡의 명물인 고사목 앞에서...
세찬 눈보라와 혹한에도 버티고 살아남은 나무들의 생명력이 정말 대단함을 새삼 느끼며
울퉁불퉁 돌길따라 한발한발 내려서니
화장실까지 구비되어 있는 천동쉼터에 도착을 하지만 매점이 문을 닫아 뜨끈한 오뎅국물은 맛 볼 수가 없었네요.
천동쉼터부터는 아주 넓직한 고속도로 수준의 길이 이어집니다.
내려갈수록 눈은 보이질 않지만 계곡에는 온통 꽁꽁 얼어버린  두터운 얼음이 가득입니다.
등로는 소백산 천동탐방지원센터인 북부관리사무소를 지나면서 차량이 다니는 포장길로 바뀌고
16시 55분 출발하는 단양행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걷고 또 걸어갑니다.
세계 최초 3극점 7대륙 정상에 발자취를 남긴 산악인 허영호 기념비.
산행의 종착지인 다리안관광지주차장에는 단양까지 데려다 줄 버스가 홀로 기다리고 있었네요.

 

 

다리안관광지주차장에 정차해있는 단양행 버스를 보면서 긴장했던 마음이 놓이는군요. GPS를 끄고 산행을 마무리하고서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변경된 버스시간 17시 10분까지 여유를 부리다 애마가 기다리고 있는 단양으로 향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칼바람의 후유증이 남은 듯 원망섞인 불만을 연신 내뱉는 집사람을 보면서 내 생각만 너무 했나 싶은 후회도 살짝 들지만 그래도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비록 힘든 산행이었지만 소백산 칼바람 능선에 다시 설 수 있었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끼며 건강함을 잃지 않고 계속 산과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올 한해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하면서 토라져있는 집사람을 토닥거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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