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나서기 위해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발딱 일어나 휴대폰의 날씨를 검색해보니 오후에 낙뢰를 동반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산행을 포기하고 부족한 잠이나 채우자며 침대에서 뒹굴다가 느지막히 일어나보니 날씨는 화창하기 이를 데가 없네요. 구라청에게 된통 당한것 같아 약이 오르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기에 아내와 점심을 차려먹고서 극장을 찾아 피서를 겸한 영화 한편 감상하고서 토요일을 그렇게 보내고 미리 꾸려놓은 배낭을 들쳐메고 집을 나와 차를 몰아 영남알프스로 향합니다. 오늘 가고자 하는 산행지는 영남알프스의 고봉 중 하나로 신불산 칼바위능선을 올라 간월산 공룡능선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잡았는데 그동안 두 세번 걸어보았던 등로지만 오랜만에 찾는 영알의 품속에서 제대로 풍경을 음미해보고픈 마음에 잡은 코스랍니다.
경주를 거쳐 언양방면의 35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언양 읍내를 지나면 만나게 되는 작천정 입구 삼거리에서 작괘천을 따라 등억온천단지로 차를 몰아가니 주말을 맞아 일찌감치 피서를 나온 행락객들이 작괘천 계곡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군요. 군데군데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좀더 가까이 주차를 하고파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암벽장인 국제클라이밍장이 설치되어 있는 복합웰컴센터 주차장에 도착하니 거의 만석에 가깝네요.
겨우 한 자리 얻어걸려 주차를 완료하고 바깥으로 나서니 아침부터 따가운 햇살이 온 몸을 휘감는 것 같습니다. 다시 시원한 차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왕 멀리 왔으니 힘찬 하루를 보내보자며 등산화를 야무지게 고쳐 묶고 배낭에 땀 닦아줄 손수건 한장 장착하고 국제클라이밍장이 있는 광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아직은 이른 시각인 때문인지 클라이머들은 보이질 않네요. 화장실을 들러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GPS를 가동하며 신불산 칼바위를 향한 오름짓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국제클라이밍장이 있는 광장에 올라서니 멀리 정면으로 신불산 정상부와 간월재, 간월산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보도블럭이 깔린 오름길 입구에서 GPS를 가동하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녹음이 짙은 숲속의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들어가니일찌감치 일어나 마실을 나왔는지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온 숲속에 울려퍼지고 있네요.시원한 막걸리와 음료를 팔던 아지매가 가판을 벌여놓던 철제 다리를 건너 잠시 발품을 팔면홍류폭포와 간월재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좌측 홍류폭포, 칼바위 방향으로 진행합니다.산책하듯 숲길을 걸어 들어가 만난 홍류폭포는 공룡능선 자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30여 m의 높이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데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내린 비에 물줄기가 제법 보여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산행길의 선물 같은 폭포입니다.홍류폭포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깎아지르는 오르막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10분여 동안 헉헉거리며 올라서니 등억온천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주구장창 쉼없이 이어지는 된비알을 가뿐 숨 몰아쉬며 오르고 또 올라서니어라? 바윗길 입구에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팻말이 서있네요. 밧줄도 없앤 듯 했고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경고성 문구도 보여 좋은게 좋다 싶어 우회로를 따라 진행하기로 합니다.사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아내가 오늘만큼은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말이 떠올라 순순히 따르기로 하고 안전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산행하는 동안 울창한 나무숲에 가린 시야가 모처럼 트여 바라본 곳에는 간월산자연휴양림과 저승골을 끼고 있는 밝얼산이 건너보이네요.등억온천 갈림길을 지나 정면의 공룡능선이 올려다보이는 펑퍼짐한 공간이 있는 안부삼거리에서 잠시 가쁜 숨을 고르며 쉬어가기로 합니다.바윗길로 올라볼까 하는 유혹을 느끼지만 애써 참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파름을 극복해 나갑니다.'기린초'우회로를 이용하다 폐쇄구간 안으로 잠시 들어가 봅니다. 좌측으로 간월산이 우뚝하고 그 아래로 오후에 걷게 될 간월공룡이 보이고 그 뒤로 천질바위가 있는 912봉, 배내봉으로 이어지는 낙동길이 뻗어가고 그 뒤로는 운문산, 가지산,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성채를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약간 우측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등억온천단지가 발 아래 놓여있고 멀리 좌측에는 문복산이, 가운데로는 고헌산이 우뚝하네요.'자주꿩의다리'계속되는 우회 등산로를 따르다 칼바위능선에 다다를 즈음에 있는 바윗길을 올라보기로 합니다. 길게 드리워졌던 밧줄은 없어졌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충분히 오를 수 있을 정도여서 조심스레 올라갑니다.출입을 금하는 목책 앞에서 지나온 바윗길을 내려다보며 카메라에 담고서'자수정동굴나라'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칼날능선에 올라서게 됩니다.드디어 톱날처럼 날카롭게 날을 세운 암릉이 시작되는데 바로 신불산 공룡능선으로도 불리우는 칼날능선 입니다.'돌양지꽃'지나온 바윗길 너머로 언양읍과 상북면의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지고 좌측 아래 능선에서 올라온 가파름이 쉽지 않음을 증명해주고 있네요.'산오이풀'웅장한 바위의 위용에 압도당할 것 같은 칼바위능선의 1,010봉. 멀리서 바라보아도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진행방향 우측으로는 간월산과 그 아래로 뻗어내린 간월공룡능선이 보이고 그 뒤로 천길바위를 품고있는 912봉과 배내봉으로 연결되는 하늘억새길이 뻗어가고 있네요. 또한 배내봉 뒤쪽 능동산 너머로는 운문산, 가지산, 상운산이 차례로 펼쳐져 있는 모습입니다.칼날능선 좌측 건너로는 삼봉능선의 남근봉과 신불재가 보이고 그 너머에는 영축산의 독수리바위가 정수리만 드러내고 있고 영축지맥의 함박등과 죽바우등도 특유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1,010봉 아래의 우회로 안내문이 있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당연하게 험로로 올라섭니다.발 아래로 펼쳐지는 삼남면 가천리 일대가 손금처럼 훤히 들여다보이고, 그 명성에 걸맞게 시작부터 험준한 바윗길의 연속이었던 지나온 등로를 되돌아보며 묘한 흥분과 긴장감이 동시에 몰려오는 순간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공룡의 등짝을 안마해주듯 신중하면서도 날렵하게 칼바위 능선을 통과해 나갑니다.세상을 발 아래에 둔 듯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광에 양옆으로 가파르게 깎아지른 바위 능선에 올라서니 발끝부터 아찔함이 전해져 오네요.외줄을 타는 듯 아찔했지만 사방에 펼쳐진 멋진 경치에 둘러싸여 있으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 따로 없는 듯 합니다.공룡능선의 진수를 즐기기 위해 거칠게 꿈틀거리는 공룡의 등뼈같은 바윗길에 신중하게 몸을 맡기며 차근차근 올라섭니다.'자주꿩의다리'몇 번의 칼바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걸어온 능선을 바라보니 어떻게 지나왔는지 아찔하기만 하네요.오늘도 경쟁이 아닌 오롯이 오름을 즐기며 도착한 신불산 새천년 빗돌에서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나누고남쪽으로 우뚝 솟아있는 영축산과 지맥길의 봉우리들을 카메라에 담고서생각했던 것보다 한산한 분위기의 신불산 정상에 닿게 됩니다.주변의 산객에게 부탁하여 모처럼 정상에서의 흔적을 남기고 전망데크로 옮겨 준비해간 김밥과 떡으로 요기를 하기로 합니다.'큰뱀무'얼린 수박에 아이스아메리카노까지 곁들이며 약 30분 가량의 느긋한 식사를 마치고 간월재를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미역줄나무'신불산 서봉 갈림길에 있는 데크에서 바라본 영축산 방향의 풍광입니다. 이곳에 오면 반드시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포토존이지요.뒤돌아 본 신불산 정상.서봉을 지나 파래소폭포로 연결되는 갈림길을 지나 간월재 방향으로 진행하니올라올 때는 보이지 않던 서쪽의 왕봉골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뻗어나가는 신불서릉과 간월서릉 그리고 멀리로 영알의 또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는 재약산, 천황산, 얼음골케이블카 승강장이 시야에 들어오네요.'산박하'전망데크에서 바라본 간월재. 간월산 뒤로 운문산, 가지산, 상운산이 차례로 펼쳐져 있습니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중나리, 산수국, 등골나물, 까치수영.간월재 주변에 펼쳐진 억새밭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산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이곳만의 특징적인 푸근한 풍광이 있는 것 같습니다.영남알프스에 가을이 찾아오면 시원한 바람에 온 몸을 맡긴 채 가을을 노래할 억새들이 열심히 자라고 있는 간월재의 평화로운 모습입니다.억새밭 너머로 하산코스인 간월공룡이 보이고 그 뒤로 고헌산도 보이는군요.간월재의 돌탑.바람도 쉬어간다는 '간월재휴게소'
해발 900m의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을 잇는 안부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은 오래 전 소금 장수와 장사꾼들이 넘어 다니고, 시월이면 인근 주민이 지붕을 이기 위해 억새를 베어 지게에 지고 내려갔던 삶의 길이기도 했답니다.
간월재를 떠나 간월산을 향한 오름길에 올려다 본 하늘은 더없이 푸르러 바라보는 마음 또한 더할 나위없이 즐겁기만 합니다.돌아본 신불공룡과 신불산 그리고 간월재...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네요.'각시원추리'뙤약볕을 피해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집 나온 염소들... 이제 야생에 적응이 되었는지 하나같이 우람한 체격들이어서 살짝 무서워지기도 하네요.간월산 규화목(硅化木).간월공룡 초입의 데크 주변에도 염소들이 어슬렁거리는데 개체 수가 늘어난 때문인지 사람을 피해 도망가지도 않는 모습입니다.정상 직전의 암봉에서 바라본 배내봉 방향의 조망으로 낙동정맥길이 배내봉, 능동산을 거쳐 가지산, 상운산을 지나 고헌산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간월산 정상석산행의 즐거움 중 으뜸으로 꼽을 만한 것이 바로 조망이랍니다.산 아래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가 하면 바라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정경을 보여주지요.편협한 인간의 시각을 교정하는 데는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 아닐까 싶습니다.조망이 멋진 간월산에서의 눈요기를 마치고 되돌아나와간월공룡의 초입에 있는 전망데크로 향합니다.데크를 내려와 만나는 첫 번째 로프구간.본격적인 암릉구간이 시작되면서 곳곳에 위험한 구간이 있지만 튼튼한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조심스레 진행하면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건너편으로 우뚝 솟은 천질바위와 뒤로 길게 이어지는 밝얼산 줄기를 바라보며계속되는 로프구간을 하나하나 내려섭니다.간월공룡능선에서 올려다본 신불산 공룡능선(칼바위)과 신불산입니다.간월공룡에서 바라본 간월재. 가을날 억새의 계절에 보던 것과 또다른 푸르른 모습이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오는군요.아직도 한참을 내려가야 할 등로와 발 아래 등억온천지구의 모습을 내려다보고계속 이어지는 암릉 하산로는 신불공룡처첨 화려하진 않지만 암릉타는 재미가 쏠쏠한 간월공룡입니다.연이어 나타나는 밧줄구간에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어 가지만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조심스레 내려서다 보면어느 새 간월산은 저 멀리로 물러서 있네요.앞을 가로막는 큼직한 바위를 좌측으로 에돌아 내려서면약간 까다로운 직벽에 가까운 암릉을 내려오게 됩니다.그렇게 10개 남짓의 로프구간을 타고 내려오니 철쭉이 숲을 이루는 육산이 시작되고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시원한 숲길을 따라 등로를 잇다보면간월재를 오르는 시멘트 임도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아래로 나있는 숲길로 들어서면많은 수량의 물은 아니지만 숲속을 울리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그리 비탈지지 않고 푸른 녹음이 잘 어울리는 호젓한 산길을 따라 내려서니간월재로 가는 삼거리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잠시 후 홍류계곡에 발을 들여놓고 땀에 절은 육신을 깨끗하게 씻어내고서아침 나절 산행을 시작했던 클라이밍장 입구에 당도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다시 나서본 신불-간월산 공룡능선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오늘도 산행으로 충전한 감성과 자신감으로 또 다음 충전일까지 잘 버틸 수 있겠다 싶고 언제나처럼 대가 없이 우리에게 크나큰 위로와 기쁨을 주는 자연의 고마움을 되새기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왔던 길 되돌아 귀로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