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 2022. 10. 23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암곡동, 천북면, 강동면,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경주시 천북면 화산보건지소-소림사-화산지(용사골)-배느리갈림길-시루봉-무장봉,토함산갈림길-옛 도투락목장(루나엑스 골프클럽)-서악골-화산보건지소(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20분, 16.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휴일 오전근무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서 집으로 돌아와 먹거리 몇 가지 챙겨서 배낭에 갈무리하고서 산으로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영일만대로와 건,포 산업도로를 달려 경주방면으로 진행하다 강동일반산업단지를 지나 내리막길을 가다보면 나오는 왕신램프를 빠져나와 천북 화산불고기단지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달려가면 좌측으로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로 입력해 놓은 화산보건진료소를 만나게 됩니다. 보건지소 마당에 차를 세워놓고 보건지소와 루나엑스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사이로 나있는 작은 도로를 따라 걸으며 오늘의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휴일이라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화산보건진료소 마당에 주차를 해놓고 우측의 작은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갈래로 갈라지는 도로에서 좌측으로 나아가게 되고 오른쪽 길은 하산 후에 빠져나오게 될 길이랍니다.
도로를 계속 따르다보면 소림사를 만나게 되는데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변함이 없는 모습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군요.
소림사를 지나 화산저수를 향해 걸어가다가 눈 앞에 나타난 광경에 깜짝 놀라게 되네요. 지난 태풍 때 도로가 무너진 모양입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용사골약수터'
계곡 건너편에도 산사태의 흔적이 엿보이고
'미국쑥부쟁이'
지난 9월초 경주,포항지역에 큰 피해를 주었던 11호 태풍 '힌난노'가 할퀴고 간 흔적이 이곳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이제 화산지 제방이 눈 앞에 다가왔지만 곳곳에 무너지고 패인 상처들이 많아 괜스레 주변을 돌아보며 두리번거리게 되는군요.
근 8년 만에 다시 찾은 화산저수지. 주변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은 변함이 없는데 물색이 흐려 아름다움이 살짝 반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수지에 올라서서 제방둑을 따라 끝까지 진행하면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등로는 이어집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함없는 풍경에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듯하지만
전보다 훨씬 뚜렷해진 등로에 그동안의 흘러버린 시간을 가늠할 수 있네요.
'구절초'
사라마을 갈림길인 임도사거리입니다.
널찍한 임도를 따라 걸어가면 좌측으로 밤나무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농장을 지나게 되는데 예전보다 길이 더 넓어진 것 같네요.
전에 없던 농막도 보이는 임도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유의를 해야하는 곳인데 가야할 등로는 좌측 오름으로 이어지고 마주 나있는 길은 용사골로 내려서는 길인데 시루봉 정상석 뒤쪽으로 해서 용사골로 내려서면 이곳으로 연결이 된답니다.
좌측 오름길로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연일정씨'묘. 멀리 옛 도투락목장터에 자리하고 있는 루나엑스골프장이 올려다 보이네요.
접근이 쉽지 않았던 용사골 골짝에도 이제는 널찍한 임도가 개설되고 농가도 더러 보이는군요.
무덤 뒤편으로 난 능선길로 올라서면 임도는 끝이 나고 여기서부터 숲 속 좁다란 길이 이어집니다.
능선을 따라 나서니 예전과 달리 뚜렷한 외길이라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니 우측으로 시그널이 달려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좀더 진행하면 예전 산행할 때 이용했던 갈림길이 나오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지름길이 생긴 모양입니다.
등로는 무덤 2기를 연속해서 지나친 후 100m 거리로 다시 왼편 사라마을에서 올라오는 널찍한 임도와 합류를 하게 되고
등로 좌측으로 산사태가 난 듯한 절개지에서 강동산단의 바람개비와 연일읍 전경을 바라보고서
계속되는 등로를 따르니 큰 비에 휩쓸린 듯 깎이고 패여있어 지나다니기가 무척 어렵네요.
우측으로 시그널이 달려있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만들어간 궤적을 보니 새로 생긴 지름길인 것 같네요. 원래의 계획대로 배느리갈림길까지 진행하기로 하고 계속 나아갑니다.
예전 '배느리갈림길'이라 불리던 시경계갈림 삼거리입니다. 마주보이는 등로는 운제산, 홍계리 가는 길이고 가야할 시루봉 방향은 오른쪽 길입니다.
운제산에서 토함산을 잇는 운토종주길인 등로를 잠시 따르니 지나쳤던 삼거리로 연결이 되는 갈림길을 지나게 됩니다.
살포시 내려앉은 가을의 모습...
아직은 조금 이른 듯한 모습이지만 가을의 정취를 충분히 느낄만큼 알록달록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틀 속에 짜여진 일상을 훌훌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길을 걷다보면 이런저런 시름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 무엇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일상의 잡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세상사 시름은 다 던져버리고
오직 자연만을 벗 삼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날 수 있으니 참으로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겠지요.
계곡을 따라 홍은사로 갈수 있는 암시밭골 초입을 지나고
낙엽 위로 그 윤기가 흐르고 가을은 더 노랗게 익어만 가니 홀로 걷는 산꾼의 가슴속에도 가을의 정취는 무르익어 갑니다.
시루봉 직전의 갈림사거리입니다. 왼쪽은 운제산 일주코스를 따라 산여고개로 내려서는 길이고, 직진방향은 시루봉을 우회하여 시경계나 토함산 종주길로 이어지는 길이지요.
시루봉 정상에 있는 정자 쉼터. 이곳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가기로 합니다.
시루봉 정상.
정자 쉼터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지름길을 따르다
토함산, 무장봉으로 향하는 기존의 등로와 합류를 하게 되고
쉼없이 걷는 산꾼의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알록달록한 단풍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서 계속되는 널찍한 길을 따르면
이정표가 서있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왼편 오름방향은 무장산, 토함산 가는 길이고 오른쪽 평지성 길이 도투락목장 가는 길입니다.
이제부터는 시경계 또는 운토종주길을 버리고 한적한 숲속길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운치있는 등로를 이어갑니다.
지난 해 가을 이 길을 걸어보았을 때도 느꼈었지만 산악오토바이들이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등로를 망쳐놓아 비가 오면 도랑으로 변해버려 이제는 도저히 길이라 할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산길을 보니 그저 기가 찰 노릇입니다.
숲길을 지나 짧은 대숲을 빠져나오면
골프장이 바라보이는 임도로 접어들게 됩니다.
넓은 개활지를 이룬 평평한 안부지대에 당도하니 일렁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가을을 노래하는 억새가 마중을 나왔네요.
뒤돌아 본 시루봉 능선. 경주와 포항을 가르는 시경계능선입니다.
예전 목장의 가축들의 식수나 초지에 공급되는 용수역할을 했던 연못이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 있습니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무장산, 함월산 방향.
말려서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감국(甘菊).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한올한올 몸을 누이고 있는 억새... 이 계절에만 볼수 있는 풍경입니다.
해마다 빠짐없이 억새를 보러 갔었던 무장산은 태풍 피해로 인해 등산로가 폐쇄되었다는 소식에 올해는 건너뛰게 되어 아쉽습니다.
골프장과 경계를 이루는 둔덕을 따라 진행하며 지금은 사라져버린 예전 등로의 기억을 반추해가며 일단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로 향합니다.
예전 목장으로 쓰이던 초지에는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다소 스산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볼만한 그림으로 다가오네요.
예전 '그랜드호텔'이라 불리우던 폐 별장은 기억속의 옛 추억으로 사라져버리고 그나마 남아있는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봉우리로 향합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방향. 보문호가 보이네요.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465봉.
시루봉을 제외하고 근처에서 제일 높은 곳이어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답니다. 보문단지 방향으로 덕동호와 보문호가 보이네요.
서쪽으로는 먼 곳까지 막힘없는 조망으로 눈에 익은 풍광들을 다시금 담아보니 천북면 들녘과 소리지가 내려다보이고
북쪽으로는 들머리였던 천북 화산리 일대와 멀리로 안강지역의 너른 들판과 좌측 무릉산 너머로 자옥산, 도덕산, 어래산이 아득히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 우측 골프장 끄트머리 너머로 강동산단 풍력발전기가 열심히 날개짓을 하고 있고 뒤로 포항시가지도 눈에 들어오는군요.
루나엑스골프장 클럽하우스 뒤로 나있는 능선길이 예전 등로였는데 지금은 내려갈 수조차 없을 만큼 변해버린 현실에 대략 난감입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좌측으로 좀더 이동을 하니 골프장 내에 있는 연습장 너머로 가야할 등로가 보이더군요.
자동차도로를 따라 나있는 절개지를 피해 억새밭을 헤치며 경사지를 내려서니
화산보건지소 옆의 골프장 진입도로를 따라 올라오는 도로로 내려서게 되고
도로를 건너 골프장으로 다시 접근을 하여 전동 카트가 다니는 도로로 올라 준비해간 궤적에 접근하기 위해 진행을 해나갑니다.
안태봉, 금욕산, 금곡산, 무릉산 그리고 우측 멀리로 자옥산, 도덕산, 어래산...산그리메...
노란 감국이 가을을 수놓으며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하는 그림같은 풍경을 담으며 언덕을 올라서니
궤적에 담겨있는 포인트인 외솔배기가 가까이 있다는 알람에 주변을 둘러보지만
이미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현실에 그저 허망할 따름입니다.
가을 햇살을 머금은 은빛 억새가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내맡긴 채 일렁이는 춤사위를 구경해가며
화살표 방향의 산길로 올라붙기 위해 막바지 걸음을 이어갑니다.
예전 화산저수지로 내려섰던 갈림길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화산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강동일반산업단지와 풍력발전기 그리고 우측으로는 포항시가지와 포스코, 영일만이 바라보이는 평화로운 모습을 마지막으로 담고서
산으로 올라붙기 위해 적당한 곳을 물색하던 중 길의 흔적이 희미하게나마 보여 무작정 치고 올라갑니다.
숲으로 들기전 뒤돌아 본 루나엑스골프클럽.
골프장에서 설치해놓은 울타리를 넘어 기존의 등로를 찾게 되고
그동안 걸어보았던 정자 쉼터 방향이 아닌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고행의 길이 될지 뉘 알았겠습니까...
가파른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니 등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무너진 돌더미들이 계곡을 메우고 있었네요.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폐쇄되다시피 한 등산로가 지난 9월 경주,포항지역을 덮친 11호 태풍 '힌난노'가 이곳 서악골을 그냥 지나치진 않았네요.
'투구꽃'
유실이 되어버린 등로라도 제대로 잇기 위해 궤적을 들여다보면서 행여나 발목을 다칠 새라 조심에 조심을 더해가며
계곡과 산길을 번갈아 오르내리며 길 잃지 않으려 작은 눈 부릅뜨고 거친 돌길을 헤쳐가니
물이 담겨있어야 할 수중보는 이미 무너지고 부서져 온통 돌밭이 되어버린 현장을 보면서 새삼 자연의 무서움을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어선 서악골은 말 그대로 참혹하게 파괴되어 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찾은 정상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작은 시멘트 다리를 건너게 되고
또 하나의 체육시설을 지나니 그제서야 끝이 보이는가 싶더군요.
깊이가 3~4m가 되던 계곡에 떠내려온 토사가 목교 바로 밑까지 차올라와 있는 모습과
계곡물이 휘감아 굽도는 지점에는 예외없이 무너져 내린 현장을 보면서 새삼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되네요.
정자 쉼터에서 내려오는 A코스와 합류가 되는 갈림길을 지나면서 예전처럼 그냥 이 길을 내려올껄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었으니 그것에 대해 만족을 하고 숲길을 빠져나오니
지금은 그 기능을 상실한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간이 주차장으로 나오게 되고 시멘트길을 따라남은 걸음 이어갑니다.
언제 원상복구가 가능할지 기약이 없는 자연재해의 현장들이 자꾸 떠올라 산행이 끝나는 시점에도 자꾸 뒤돌아보게 됩니다.
화산보건지소와 루나엑스 골프장 있는 도로변에 도착하면서 추억의 길을 걸어본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