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영축산(외송릿지-삼형제바위-영축산-가락능선) 험로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23년 12월 09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양산 영축산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지산마을 버스정류장-축서암네거리-집수조-반야암능선 갈림길-산사태 절개지-비로암계곡-외송릿지 초입-
와송-외송-삼형제바위-영축능선 합류-영축산-동봉(독수리바위)-가락능선-잇단 전망바위-임도합류-지내마을 갈림길-축서암네거리-지산마을 버스정류장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05분 , 7.9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한 주간을 열심히 일하며 보내고 맞은 주말... 습관처럼 배낭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어디갈 것인지는 일단 집을 나서며 마음이 가는 대로 떠나보기로 하고 두 곳의 산행궤적을 스마트폰에 입력을 해놓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을 갈무리하고 집을 나서니 머리속에서 가리키는 곳은 바로 영남알프스.
좀더 긴 거리의 산행지로 택했던 대구의 산은 다음 송년 산행으로 미루고 오늘은 지난 번 앵콜산행으로 찾았었던 영축산 비로암 중앙능선을 오르며 바라보았던 외송릿지와 삼형제바위를 다시 찾아보는 것으로 하고 경주를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통도사가 있는 지산마을을 향해 차를 몰아갑니다.
통도사I.C를 빠져나와 통도환타지아를 통과해 평산마을과 축서암갈림길을 지나 도착한 지산마을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등산객들이 타고온 차량들로 빈 틈이 보이지 않아 살짝 당황했었는데 마침 차량 한 대가 빠져 주는군요.
로또맞은 기분으로 주차를 해놓고 신발끈을 동여매고 GPS를 켜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 마주보이는 영축상회 옆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영축산 산행에 있어 중요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는 지산마을 버스종점에서 오늘의 산행은 시작됩니다.
마을길을 따라 민가 마지막 집을 지나 뚫려있는 휀스철망 사이를 통과하여
왼쪽으로 오르는 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지금은 출입을 통제해놓은 옛길을 찾아 숲으로 들어갑니다.
잔잔하게 등로에 깔린 솔잎이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숲길을 걸어 금줄을 빠져나오면 축서암사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가야할 방향은 좌측 비로암 방향이고 폐쇄된 등로 우측은 영축산에서 내려오는 하산로입니다.
코 끝을 스치는 싸늘한 아침 공기가 상쾌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울창한 운치있는 숲길을 걷노라니
크기도 하지만 마음껏 허공으로 뻗어가는 그 기상이 보기좋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힐링되는 것 같네요.
마을주민들의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집수조가 있는 식수원골을 지나면
곧바로 비로암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우측 사면길 등로로 진입을 합니다.
곧이어 반야암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쳐진 산길은
우측의 오름길인 반야암능선길을 버리고 허리길을 따라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합니다.
인적이라곤 전혀없는 사면길을 홀로 휘적거리며 따라가다 보면
산사태로 움푹 패여진 절개지가 나타나는데 예전 등산로는 끊어지고
절개지 위쪽으로 새롭게 생긴 등로를 따르기로 합니다.
절개지를 지나며 올려다 본 죽바우등.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는 숲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여느 음악소리에 못지 않지만
낙엽에 묻혀버린 사면길의 등로는 위험천만이기에 조심에 조심을 더하며 통과를 해가니
외송능선, 천정삼거리로 오를 수 있는 비로암계곡으로 내려서게 됩니다.
근 10년 만에 찾은 비로암계곡.
후답자들의 잦은 발걸음 때문인지 시그널이 많이 보이는군요.
돌길에 수북이 떨어져 쌓인 낙엽은 인적이 없는 산길을 흐리게 만들지만
준비해간 궤적을 비교해가며 발목 다치지 않게 조심하며 진행해 나갑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초입을 알려주던 표식은 빛이 바래지고
궤적이 가리키는 등로를 따라 좌측 능선으로 올라붙기 시작합니다.
올라선 등로는 예전보다 훨씬 뚜렷해 길 잃지는 않겠지만
팍팍한 오름은 변함이 없는 데다 켜켜이 쌓인 낙엽이 진행을 더디게 만드는군요.
장딴지가 땡길 정도로 팍팍한 오름을 오래 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한발한발 올라서니
20분 남짓 된비알을 헉헉거리며 올라서니 와송(臥松) 아래에 닿게 되는군요.
절벽을 에돌아 올라서니 홀로 절벽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누워있는 소나무. 즉, 와송(臥松)을 만나게 됩니다.
척박한 바위 틈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꼬리를 땅바닥에 늘어뜨린 채
고개를 쳐들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누운 소나무인 와송을 지나면 본격적인 암릉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암벽을 좌측으로 에돌아 오르면 눈 앞에 철옹성같은 직벽이 나타나는데
오로지 밧줄 하나에 의지하고 올라서야 합니다.
직벽구간을 로프를 잡고 오르면 확 트이는 조망이 멋진 바위전망대에 올라서게 되고
우측 바산봉으로 오르는 비로암중앙능선 너머로 죽바우등과 쥐바위가 눈에 들어오네요.
발 아래로는 반야암과 극락암이 내려다보이고 통도사와 서운암을 비롯해
백련암, 사명암 등을 품고 있는 감림산 너머로 천성산도 바라보이는 시원한 눈맛을 즐겨봅니다.
외송능선의 이름이 붙게 한 장본인인 '외송'입니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한 그 모습에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군요.
외송에서 올려다 본 철옹성같은 바위벽. 감히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네요.
영축산 전위봉이 건너보이고 정상인 영축산은 그 너머에 있습니다.
전위봉 아래로 연결이 되는 반야암능선.
외송 주변의 암벽을 에돌아 오르며 바라본 외송. 고고한 자태에 다시금 눈길이 가는군요.
바위 절벽을 에돌아 만나게 되는 직벽구간.
밧줄 하나없는 암벽일지라도 날카롭게 튀어나온 바위 끝이라도 잡고 올라서면 되니
오를수록 학습효과는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힘들여 오른 바위 끝은 이리도 멋지고 시원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답니다.
올려다 본 병풍바위.
가을이 한창일 때는 주변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멋진 산수화를 그려내는 곳이기도 하지요.
고도를 높혀갈수록 시야는 점점 더 즐거워져가고
이젠 이력이 난듯 스스럼없이 암벽 앞으로 다가서서
손 끝으로 전해져오는 바위의 촉감을 느껴봅니다.
암벽과 하나되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온전하고 완전한 느낌이네요. 멋진 희열감을 느낍니다.
외송릿지를 끝내고 갈림길에 서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시그널이 달려있는 방향이 삼형제바위 가는 길입니다.
우측 사면길로 가다 우측 아래 산죽이 있는 길로 내려가게 되는데
좌측 오름길은 조금 전 갈림길과 마찬가지로 영축능선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등로는 좌측으로 틀어 거대한 암벽을 좌측에 두고
사면길로 연결이 되는데 까탈스러운 구간도 만나게 되는군요.
암벽구간 아래의 사면을 따라 진행한 끝에는 길다란 밧줄이 기다리고 있네요.
연이어 계속되는 밧줄구간을 거침없이 떨리는 가슴 내색하지 않고 씩씩하게 올라서면
삼형제바위 바로 아래에 도달하게 되고
두 손, 두 발 아낌없이 사용해가며 올라선 끝에 만나게 되는 삼형제바위.
에베로릿지와 아리랑릿지의 중간 정도의 난이도라 생각이 드는 삼형제바위 오름길.
정상과 얼추 눈높이가 맞다 싶을 정도의 고도에 올라선 삼형제바위에서의 눈맛 또한 시원스럽기 그지 없네요.
죽바우등과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언제 보아도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영축능선...
통도사와 통도환타지아가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건너로는 정족산과 천성산이 터를 잡고 있고
그 너머로 대운산까지 보이는 막힘없는 조망을 즐기고
마지막 밧줄구간을 힘차게 올라섭니다.
내려다 본 아찔한 암릉구간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군요.
어느 덧 고도는 높아져 주능선의 눈높이와 가까워지고 영축능선을 향한 오름을 이어가니
드디어 추모봉과 천정삼거리 사이의 주능선에 올라서게 되고 이제 영축산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이미 떠나버린 가을의 잔재인 억새는 누렇게 말라버렸지만 드넓은 평원은 또다른 감흥을 주고 있는 듯 합니다.
제법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능선길은 두터운 겉옷으로 무장을 하게하고
비로암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는 천정삼거리를 지나면서
정상 등로를 살짝 벗어나 반야암능선 들머리로 향해 갑니다.
평범한 길을 걷는 것보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전위봉 오르는 길이
이곳 영축산을 찾을 때마다 필수코스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주능선을 오르기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세찬 바람이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불어대지만
산을 오르지 않고는 결코 볼수 없는 멋진 풍광들을 흔들리는 핸드폰을 부여잡고 담아내기 바쁩니다.
하산코스로 잡은 가락능선의 암릉도 담아내고서 코 앞으로 다가온 영축산으로 향합니다.
한달 만에 다시 찾은 영축산. 주말이어도 차가운 날씨탓인지 산정에는 아무도 없네요.
영알 최고의 비경인 영축산에서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언제보아도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고개를 돌려 서쪽방향으로 시선을 주면 광활한 신불평원 너머로
천황산, 재약산, 가지산, 운문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눈 호강을 맘껏 누리고
북쪽의 신불산 방향으로 나있는 장쾌한 하늘길에선
흠씬 풍겨오는 고원의 매력을 한껏 느껴봅니다.
통도사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정각산과 천성산, 그 뒤로 대운산 능선이 시야에 잡히고
우측 멀리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도 희미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영축산 동봉 방향으로 나아가면 만나게 되는 사거리 갈림길.
독수리바위로도 불리는 동봉을 다녀온 뒤 우측 내림길로 향할 예정입니다.
독수리바위에서 내려다 본 영축산 동쪽능선.
동릉을 사이에 두고 울주군과 양산시가 경계를 이루고 있답니다.
험하기로 이름난 금강골의 에베로릿지가 확연히 시야에 들어오고
멀리 아리랑, 쓰리랑릿지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 또한 잡히네요.
영축총림 통도사의 영역이 한 눈에 들어오고
지산마을, 평산마을, 서리마을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모습이 마냥 평화로워 보입니다.
독수리바위에서 되돌나오며 다시 한번 영축지맥의 호쾌한 마루금을 감상하고서 가락능선으로 들어섭니다.
여천각시굴이 있는 가락능선 코스는 미답의 구간이라 호기심을 갖고 들어섰지만
가파르게 쏟아지는 내림길이라 긴장감이 몰려 드는군요.
엄청난 직벽이 눈 앞에 다가오니 위압감에 긴장감은 배가 되고
굵은 소나무도 휘청거릴 정도의 강풍에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에
직벽을 내려서는 밧줄구간 앞에 서게 됩니다.
가락능선의 횃불바위.
직벽구간에 설치되어 있는 밧줄과 고사목사다리.
부스러지기 일보 직전의 고사목을 밧줄로 붙들어 놓았지만
안전사고의 우려가 커보여 각별히 유의해야 할듯 싶습니다.
오래 전에 클라이머들이 사용했었던 흔적이 보이네요.
하산 길 전망바위에서 올려다 본 영축산 동봉.
그런데 아차! 하는 마음이 드는데 그것은 바로 여천각시굴을 그냥 지나쳐버렸지 뭡니까...ㅜ.ㅜ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시 올라가기엔 너무 가파르고...
하는 수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안고 하산길로 내려섭니다.
낙엽이 잔뜩 깔려있는 등로는 내리막 일변도로 변하고
쉴 틈없이 내리꽂히는 급한 내리막의 연속인데다
종아리까지 빠지는 낙엽에 덮여 등로가 희미하지만
궤적과 간간이 보이는 시그널을 등대삼아 조심스레 진행해 나갑니다.
낙엽에 덮인 등로와 너덜겅을 가로질러 진행해 나가다보니
옛 취서산장이 가까이에 있는 임도의 굽돌이 지점과 합류를 하게 되고
널찍한 임도를 따라도 되지만 이정표가 가리키는 지름길을 이용해 하산을 하기로 합니다.
급내림의 돌길에 수북이 떨어져 쌓인 낙엽을 보면
오래 전 집사람의 안전사고가 생각이 나서
자꾸 움츠려들게 만드는 것 같아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만나는 임도마다 지름길을 알려주는 이정표의 안내를 따라 진행하다보니
어느 덧 산행은 막바지로 접어들게 되고 평지성 등로에 폭닥한 솔가리가 깔려있는 솔밭길을 걷게 되는군요.
상수원보호구역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는 직진길을 피해 우회로를 따라가면
아침 나절 만났었던 축서암네거리를 다시 만나게 되고 지나왔던 좌측의 금줄 너머로 들어가면
지산마을 버스정류장으로 곧장 이어지는 옛길을 따르게 되고
뚫려있는 휀스철망 방향으로 길을 잡아 통과해 나오면 지산마을의 상단부를 만나게 됩니다.
마을길을 따라 오늘의 산행을 복기하며 내려오니 애마를 세워놓았던
지산마을 버스종점에 도착을 하게 되고 10년 만에 다시찾은 영축산 험로산행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매 주말이면 거의 빠짐없이 습관처럼 산으로 가는 길에 일상 생활속에서 쌓였던 막막하고 갑갑했던 마음을 비워내려 내 속으로 들어가듯 들어선 숲길...
그곳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더 없이 좋았고 험준한 바윗길을 오감을 집중하며 오로지 산행에만 정신을 쏟아 잡념을 깨끗이 비워낼 수 있어 더더욱 좋았던 오늘의 산길...
고지를 향해 숨차 오르는 순간순간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하산길에도 조심조심 나즈막이 겸손과 지혜를 배우며 한겨울 삶을 준비하는 낮음과 비움의 순리를 깨닫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고 자평을 할수 있었네요.
그리고 이제부터 내 마음속에 진정 소중하게 여며야 할 것들을 떠 올려봅니다.
나를 스쳐가는 인연들과 내 곁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
이젠 그들속으로 온전히 나를 밀어 넣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해보면서 항상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산과의 오붓하고 의미있는 데이트를 무사히 마치고 부지런히 차를 몰아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귀로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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