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산악회와 함께 다녀온 경남 고성의 3대 명산인 구절산 본문
♤ 산행일자 : 2023. 12. 17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고성군 동해면 일원
♤ 산행인원 : 포항 산울림산악회와 함께...
♤ 산행코스 : 우두포-시루봉-응암산-철마산-철마령(생태통로)-대한바위-구절산-폭포암-용문저수지-동광초등학교 입구
♤ 산행시간 : 5시간 10분, 13.9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고성 구절산(九節山. 564.6m)
동해면에 위치해 있는 구절산(564.6m)은 아담한 산으로 산행에 부담이 없고, 주변 바다 풍경이 뛰어나며 정상에 서면 다도해를 비롯한 주변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구절산에서는 구절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이 폭포는 일명 용두폭포, 또는 사두암폭포로 불리며 높이 10m 정상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며 폭포에서 일어나는 물방울로 더위를 잊을 수 있다.
폭포 오른쪽에 백호굴이라는 석굴이 있으며, 절벽 왼쪽에는 100여 명이 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보덕굴이 있는데 신비한 약수가 솟아나고 있다. 이 굴 주변에 있는 흔들바위는 한 사람이 흔들 때나 열 사람이 흔들 때나똑같이 흔들린다.
서산대사가 거처했다는 사두사라는 절터에 현재도 작은 암자 하나가 있다.
또한 구절산은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마치 섬 봉우리 같은 산이다. 동해면은 고성군에서도 동쪽 끝 바다에 면해 있다고 해서 '동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북쪽으로는 닭의 목처럼 쑥 들어간 당항만, 남으로는 당동만, 동쪽으로는 마산 진동 앞바다가 이 동해면을 둘러싸고 있으니 서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인 셈이다. 국립지리정보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반도의 명칭을 얻지는 못했지만 자그마한 반도 형태를 띠고 있다.
구절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쪽 당항만과 남쪽 다도해의 시원한 풍광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인근에 있는 고성의 진산 거류산과 그 남서쪽 벽방산 정상의 풍광과는 같은 듯 하지만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주변에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주요 승전지인 당항포해전 유적지와 선사시대 유적인 공룡발자국들이 흩어져 있어 역사 문화유적 답사를 겸한 가족 봄 산행지로도 적극 추천할 만하다.
◈ 산행기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한파특보에다 눈소식까지 들려오는 주말.
미리 예정되어 있는 산행지로 떠나기 위해 전날 미리 꾸려놓은 배낭을 들쳐메고 집을 나섭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역풍에 부드럽게 열리던 문이 힘을 주어 열어야 할 만큼 바깥 공기가 차갑고 바람도 많이 부나 봅니다.
오늘 가고자 하는 산행지는 경남 고성지역의 3대 명산(벽방산, 거류산, 구절산)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구절산 입니다.
지난 달 마이산 산행 때 함께 했던 포항산울림산악회의 년말 송년산행지로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산이어서 일찌감치 예약을 해놓았었는데 도래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현재 기온이 영하 5도임을 알리는 시계를 보면서 차를 몰아 도착한 이동사거리 주변 식당가 이면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음악을 들으며 타고 갈 버스를 기다립니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버스에 부랴부랴 올라타니 이미 선탑해 있는 산악회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배정된 좌석에 몸을 기대니 버스는 출발하기 시작해 어두운 새벽을 뚫고 영일만대로를 거쳐 동해고속도로(포항-울산)를 달려갑니다.
외동휴게소의 쉼터에서 준비해주신 미역국과 뜨끈한 밥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울산고속도로로 잠시 갈아탄 버스는 쉼없이 달려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남해제2고속도로지선으로 잠시 노선을 변경한 후 2번 국도를 따라 네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김해, 창원, 마산을 지나 77번 지방도를 타고 고성군으로 진입을 한 후 동해면 장좌리의 우두포 마을버스정류장을 200여m 지난 우두포 생태터널 입구에 멈춰서게 됩니다.
버스에서 내린 후 저마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생태터널 우측의 계단을 따라 구절산을 향한 긴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생태터널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으로 산행은 시작됩니다.
생태터널 언덕 위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이며 아침햇살을 받아 빛나는 남해의 푸른 바다와 조선소가 내려다보이고
솔가리가 두텁게 깔린 오붓한 산길따라 줄을 지어 산행대장의 뒤를 따릅니다.
솔가리와 낙엽이 깔린 나지막한 능선길은 부드럽기 그지 없지만
얼마 안가 큼직한 돌들이 섞여있는 거친 길로 바뀌게 되는군요.
이름모를 나무들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데 무슨 나무인지...
그 와중에 요상하게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끄는군요.
많은 이들에게 포토존으로 이용된 때문인지 반들반들 하네요.
오늘 산행에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봉우리인 시루봉에 올라 먼저 주변부터 둘러보기로 합니다.
맑고 쾌청한 날씨 덕분에 먼 곳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네요.
구절산과 더불어 고성의 3대 명산으로 불리는 벽방산(좌)과 거류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시루봉 정상 표지목(407m).
단체사진 하나 남기고 이번에는 산불감시초소 뒤쪽으로 자리를 옮겨봅니다.
쪽빛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에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질 않는군요.
지나온 능선 너머로 가조도가 떠있고 그 너머로는 거제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루봉을 내려와 얼마 지나지 않아 멋진 전망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가야할 구절산이 우측으로 보이고
당동만 바다 건너로는 벽방산과 거류산이 한번 다녀가라는 듯 자꾸만 유혹을 하는군요.
산속으로 들어가 나무숲에 몸을 맡기면
세파에 찌들어 덕지덕지 붙은 모든 욕망이 정화되곤 한답니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욕망의 모든 찌꺼기를 내 마음속에서 떨쳐 버리면
자연의 심오한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전망바위를 떠난지 20분 남짓 흘러 도착한 응암산.
이곳 역시 이정목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네요.
철마산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는 임도를 만나게 되고
따스한 양지바른 곳에서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가기로 합니다.
느긋한 식사시간을 보내고 재개한 등로는
솔가리가 짙게 깔려있는 푹신한 산길이라 마치 양탄자를 밟는 느낌입니다.
혼자만의 상념에 잠시 잠겨 등로를 따라 걷다보니 또 하나의 전망터를 만나게 되니
철마산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건너편으로는 구절산이 한층 가까이서 손짓을 하고 있네요.
까만 오석으로 된 작은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철마산입니다.
사방이 숲으로 가려 조망은 없어 단체로 흔적 하나 남기고 내림길로 들어섭니다.
철마산 정상에서 철마령까지는 계속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걷기 편한 부드러운 내림길이라 내딛는 발걸음에는 가속도가 붙네요.
동물들의 이동을 용이하게 만들어 놓은 생태통로가 있는 철마령입니다. 멋진 팔각정자도 세워져 있구요.
정자 쉼터에서 바라본 당항만입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대승을 거둔 곳 중 하나인 당항포가 있는 곳이지요.
철마령을 지나면서부터는 산길은 다시 고도를 높히기 시작하고 길은 된비알로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다들 산행경력이 오래된 분들이라 그런지 거뜬히 올라서네요.
한층 높아진 고도감에 내려다보는 눈맛은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나온 철마산과 그 뒤쪽 능선도 한번 되돌아보는 여유도 가져보면서
같은 풍경이지만 자꾸 보아도 질리지 않는 남도의 풍광을 제대로 음미하며 산행은 계속됩니다.
가까이 다가온 대한바위.
당항만을 배경으로...
구절산 오르기 전 멋진 조망이 펼쳐지는 대한바위에 올랐습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분들이 있어 먼저 주변경관부터 담아보기로 합니다.
북서쪽으로 눈길을 주면 당항포관광지가 있는 회화면이 건너보이고
아득한 멀리로 구름에 가려 있는 지리산이 아스라합니다.
발 아래로는 당항만을 사이에 두고 구절산이 있는 동해면소재지가 내려다보이고
바다 건너 멀리 덕산에서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망이 멋진 산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모든 것이 작게 보이고 허망한 욕심도 사라지며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따사롭고 향기로운 산의 품에 안겨 마음을 내려 놓게 됩니다.
아무리 모진 눈보라가 몰아쳐도 세상을 삼킬 것 같은 폭우가 내려도
언제나 산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산의 인내와 침묵을 배우려고 노력중이랍니다.
언제나 말없이 전해주는 산이 주는 교훈을 말입니다.
멋진 곳에서 사진 한장 남겨 두고두고 볼수 있음도 괜찮은 일이라 포즈를 잡아봅니다.
또 하나의 조망처를 지나게 되지만 선점한 산객들이 있어
그냥 통과를 하니 등로는 커다란 바위 아래로 돌아나가게 되고
짧은 데크계단을 올라 오늘 산행에 있어 가장 높은 봉우리인 구절산에 서게 됩니다.
산불감시초소와 아담한 정상석이 반겨주는 구절산.
조금 전 대한바위에서 보았던 같은 풍경이지만 고도감은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는군요.
코 끝을 시리는 맑고 칼칼하고 알싸하게 부는 찬바람에 때론 상쾌함을 느끼며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에 걸어온 마루금을 곱씹어보면서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다른 때와 달리 오늘은 유독 흔적을 많이 남기는 것 같습니다.
다시 오기 힘든 곳이기도 하지만 찍어주시는 선배님이 계시니
어리광 부리듯 자꾸 부탁을 드리게 되네요.
구절산에서 바라보는 거류산과 벽방산.
뾰족한 산세가 멀리서 보아도 위압감을 주네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인공호수인
고성 마동호를 내려다보며 마지막 눈요기를 즐긴 후에
구절산을 내려서니 짧은 너덜지대를 지나게 되고
동해면 장좌리로 내려가는 임도를 가로질러 등로는 다시 산으로 이어집니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삼거리갈림길.
어느 곳으로 진행해도 폭포암으로 연결이 되는데 오른쪽 등로가 짧지만 가파른 내림길이고
좌측 길이 좀 더 먼 거리를 돌아가지만 그나마 수월한 길이라 좌측으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거류산, 벽방산이 바라보이는 조망처에서 마지막으로 눈맞춤을 하고서
쏟아지는 내림길을 따라 솔솔 뿜어져 나오는 보물 같은 솔향을 깊은 호흡으로 흠뻑 마시며 걷고 또 걸으니
갓비석이 서있는 진주 최씨 부부묘를 지나게 되고
계속되는 급내림길은 지그재그 형태로 이어지는데 불쑥불쑥 튀어나온 돌멩이가 진행을 더디게 만들지만
겨울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폭포암의 독경소리에 저절로 힘이 생기고
흡사 호랑이가 살았을 법한 으슥한 암굴이 있는 백호동굴을 만나게 됩니다.
산신각 역할을 하고 있는 백호동굴 안에는 산신상과 복전함 그리고 재물들이 차려져 있네요.
폭포암으로 곧장 내려서도 되지만 절집의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수 있는 전망대에서 멋진 모습의 폭포암을 담고서
폭포암의 명물 중 하나인 출렁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구절산 출렁다리 위에서바라본 구절폭포.
그저께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너무 적어 실망감이 앞서네요.
출렁다리 한 가운데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으로
폭포암과 고성의 진산인 거류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구절산 출렁다리는 구절산 계곡의 크고 작은 9개의 폭포 중 제3폭포 위에 설치된
지상50m의 높이에 길이 35m로 비가 온 뒤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고 합니다.
거류산(우)과 벽방산
절벽 바위 위에 불두가 2기 얹혀져 있습니다.
폭포암과 기암절벽, 그리고 용두폭포와 출렁다리.
기도에 정진해야 하는 암자이지만 이곳 폭포암은
볼거리를 고루 갖춘 정겨운 여행지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두손 모아 마음속으로 바라는 바 기도를 하고 손으로 밀면 흔들린다는 흔들바위.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연꽃 대좌 위에 서 계시는 황금부처님.
대웅전 법당에 모셔진 삼존불.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불로 모셔 놓았네요.
'용두폭포'가 본명이지만 아홉번 굽어 떨어진다고 하여
'구절폭포'라고도 하고 '사두암폭포'라고도 한답니다.
목탁을 두드리며 가부좌로 앉아 있는 부처님.
길 옆에는 돌탑들을 쌓아두어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상당한 작품성과 창작성이 돋보이는게 몇 점 보이네요.
날머리인 동광초등학교까지 약1.8km 가량을 걷는 동안 용문저수지와
너른 들판에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어 다가가보니 시금치를 재배하고 있네요.
큰 비가 온뒤 찾으면 정말 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폭포암과 출렁다리를 되돌아보고
황량한 들판을 걷고 있으니 갑작스레 와 닿는
차고 시린 바람이 온 몸을 파고들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군요.
고성군 동해면이 아닌 거류면에 속해있는 동광초등학교 입구에 무사히 도착을 하게 되면서
고성의 명산 구절산 산행은 끝을 맺게 되고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향해 총총걸음을 이어갑니다.
무시로 달려가 품에 안기고 싶은 산이지만 아직은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주말이 아니면 찾을 수 없기에 주말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 끝에 산악회를 통해 이름도 생소한 경남 고성땅의 구절산을 찾아 따뜻한 남녘의 분위기를 느끼며 걸음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있었던지 제법 세찬 바람과 함께 차가운 기운이 겨울임을 실감케 했던 오늘의 걸음이었네요.
난이도가 크게 높지 않지만 나타나는 전망대마다 푸르른 남해 바다와 그 속에 점점이 떠있는 수많은 섬들로 인해 바라만 보고있어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었답니다.
미답의 코스를 걷는다는 설렘과 산자락 어느 모퉁이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일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가슴 가득 안고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산님들과 함께 다도해의 멋진 풍경을 맘껏 바라보며 세속에서 얻어진 모든 근심, 걱정 따위는 죄다 던져버리고 왔으니 내년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수 있어 개인이든 산악회든 지금보다는 더더욱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분좋은 상상을 하면서 산행 후의 흡족함이 넘쳐나는 산님들의 격려를 받으며 귀로의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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