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강산이 한번 변한 뒤 다시 찾은 울주·양산 정족산 본문
♡ 산행일자 : 2024. 6. 1 (토) 날씨 - 맑은 후 약간 흐림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웅촌면과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내원사주차장-상리천-노전암-대성골-대성암-정족산-산불감시카메라(낙동정맥 이탈)-금봉-용바위봉(삼각점)-갈림길(좌)-암릉지대-내원사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40분, 14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정족산(鼎足山.748.1m)
정족산은 양산시 하북면, 울주군 웅촌면 그리고 삼동면에 걸쳐 있는 높이 748.1m의 바위산으로 가지산도립공원에 속한다. 천성산(812m)과 원효산(922m)으로 이어지는 북쪽 끝머리 능선 길에서는 주능선과 지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주변의 천성산과 원효산의 능선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등산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천지가 개벽할 때 온통 물바다가 되었으나 정족산은 솥전 위만큼 남고 모두가 물에 찰랑거렸다는 얘기도 있다.
정족산(鼎足山)은 일명 솥발산이라고도 한다. 산 정상에 길게 뻗은 바위 모습이 마치 가마솥을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산 정상에는 용의 모양을 한 용바위가 있는데, 가뭄이 들면 용바위에 제단을 마련하고 산신에게 비가 오기를 빌었다고 한다. 또한 정족산 아래 자리 잡은 무제치늪이 유명한데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가뭄 때 무제치늪에서 우무제라는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정족산의 특징은 천성산과 이어지는 남쪽의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와 산역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족산과 천성산의 산 개념도가 한 눈에 그려져 등산 초보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능선의 곳곳에서 임산 도로를 걷거나 건너야 해 조금 불편하지만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산행하며 즐기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 산행기
해마다 열리는 포항불빛축제가 이번 주말에 행사가 있어 근무지 주변 뿐만 아니라 도심지역까지도 정체현상이 밤 늦도록 빚어지고 있으니 일찌감치 도시탈출 하자는 생각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섭니다.
오늘 가고자 하는 산행지는 십여 년 전에 딱 한번 가본 곳으로 천성산 권역에 속해 있으면서 천성산과 주변의 산들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울주군과 양산시의 경계이자 낙동정맥 상의 정족산입니다.
인근의 천성산은 자주 들렀던 곳이지만 정족산은 천성산의 유명세에 밀려 대접을 받지 못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아직 걸어보지 못한 코스를 엮어서 궤적 하나 만들어 간단히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 그리고 과일 몇 가지 배낭에 갈무리하고서 경주 방면으로 차를 몰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남쪽으로 달려갑니다.
통도사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부산방면 35번 국도를 따라 진행하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오랜만에 찾은 내원사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니 내원사 일주문이 나오고 문화재관람료는 사라졌지만 주차비는 여전히 징수를 하고 있네요.
인상된 주차비 4,000원을 지불하고 너른 주차장으로 진입을 하니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차량 서너 대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적막감이 감도는군요.
산행준비를 마치고 화장실에 들러 근심을 해결하고서 준비해온 궤적을 GPS와 페어링 한 후 내원사계곡이 있는 용연천이 아닌 노전암과 공룡능선 초입이 있는 상리천을 따라 나있는 등로로 발을 들여 놓습니다.
산행궤적
조금은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너른 주차장이 텅 비어 있네요.
맑은 물이 흐르는 상리천. 시멘트다리를 건너면서 오늘의 산행은 시작됩니다.
저 멀리 공룡능선의 연봉들이 눈에 들어와 한번 담아봅니다.
3번 정도 걸어보았지만 또 언제 기회가 올런지...
삼거리갈림길... 전봇대 뒤쪽이 공룡능선의 초입이지요.
하지만 오늘은 눈인사만 하고서 좌측 도로를 따라 진행을 이어갑니다.
노전암을 향하는 걸음에 올려다 본 금봉(신선대).
저 곳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은 대부분 떠나버려 폐가가 되어버린 한듬마을.
상리천갈림길인 목교 삼거리입니다.
마주 나있는 길은 노전암을 거쳐 장대골로 올라 정족산으로 갈수 있고
우측 목교를 건너면 상리천을 따라가다 대성암으로 가는 삼거리입니다.
노전암 일주문
양산의 노전암(爐殿庵)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천성산 계곡에 세운 내원사의 암자 중 한 곳으로 세워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조선 후기 순조 때 태희 선사가 보수했다고 전해지고 있는 암자이다.
노전암의 전신은 용연암으로 대둔사 400m 아래에 있었는데 임진왜란으로 대둔사가 소실되자 대둔사 본존불을 용연암에 옮겨 모시고 대둔사로 이름을 고쳤다.
대둔사에서 옮겨온 부처님을 모시던 용연암 관음전이 오늘날의 대둔사 대웅전이 된 것이므로 절 이름을 노전이라 하였다. 노전이란 ‘부처님을 모시고 향을 공양하는 향로가 있는 전각’을 말한다.
이곳 노전암의 대웅전은 1982년 8월에 경상남도 유형 문화재 제202호로 지정되었으나, 2014년 4월에 화재가 발생하여 대웅전이 전소되었고, 복원이 불가하여 2014년 8월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었다고 하며 지금의 대웅전은 그 후 새로 건축되었다고 한다.
노전암 전경.
우거진 나무들과 어우러진 절집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네요.
절집을 빠져나와 목교에서 상리천 계곡을 끼고 나있는 등로를 따라 산행을 이어갑니다.
비로봉, 집북재를 가리키는 이정목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
직진 방향의 '길 없음'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길은 예전부터 있었던 묵은 길인 것 같고
비가 많이 왔을 때를 대비해 우회 등산로를 조성해 놓은 모양입니다.
거북이 한 마리가 낮잠을 자러 올라갔는지... 내려올 생각을 안하네요.
훤한 낮이지만 숲이 울창해 햇볕이 맥을 못 추고 사그라지네요.
인적이 드물어 물소리가 오히려 시끄러울 정도입니다.
산의 빛깔이 온통 초록입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렇지가 않았는데
몸과 마음이 초록 물감통에 풍덩 담겨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산길을 걷다가 계류로 잠시 내려와보니
마치 내연산 덕골의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비박굴.
삼거리갈림길.
(↖ 정족산, 대성암. 영산대, 조계암, 안적암 ↗)
대성암으로 향하는 등로는 찾는 이가 많지 않은지
등로상태는 그리 양호하지 않은 편이네요.
두텁게 깔려있는 낙엽에 묵은 길마저 덮혀있는데
그나마 계곡을 따라 난 외길이라 다행스럽습니다.
계곡 좌우의 사이로 난 날등을 타고 오르는 길이어서 살짝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오래 전 민가였는지 아니면 사찰 터였는지도 모를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역력한 지역을 지나니
큰 비에 휩쓸려 무너져 내린 계곡의 처참한 모습이 눈 앞에 나타나는군요.
새삼 자연의 위력을 느끼게 하는 순간입니다.
우회로를 타고 올라가니 이번엔 관통상(?)을 입은 나무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하는 불경소리에 대성암이 가까워졌음을 알게 됩니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게 되는 대성암.
예전의 모습 그대로여서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위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자주달개비' 황금달맞이꽃, 낮달맞이꽃, 노란꽃창포'
대성암 원통전(大聖庵 圓通殿)
법당을 향한 길목의 운치있는 도로를 따라 대나무 숲길을 휘감아 오르면
자연석으로 외벽을 쌓은 독특한 외양의 불전인 원통전이 반겨주는데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을 주존으로 모신 국내서는 보기 힘든 토굴형의 불전(佛殿)입니다.
법당 앞에 서서 합장 삼배로 예를 올리고
원통전과 산신각 사이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정족산으로 향합니다.
다시 이어지는 된비알을 따라 한발한발 오름을 극복하니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준비해간 궤적을 비교하며 좌측으로 길을 들게 됩니다.
일주일 전에 비해 꽃이 활짝 핀 '쥐똥나무'
난이도가 높지 않은 오름을 천천히 올라가니 그제서야 하늘이 열리고
사방 막힘없는 조망이 펼쳐지는 정족산 산정에 서게되는군요.
두 분의 산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주변부터 둘러봅니다.
정상석 너머 천성산을 향한 낙동정맥 마루금 너머로 대운산도 건너 보이고
조금 우측 남쪽으로는 천성산 공룡능선이 펼쳐지고
그 뒤로 천성2봉(비로봉)과 정상인 천성산이 우뚝합니다.
이번에는 남서쪽 내원사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능걸산, 뒷비알산, 염수봉 등 영축지맥 상의 산들이 줄을 잇고
북쪽으로는 영축산, 신불산 등 영남알프스 준봉들의 산세가 어엿합니다.
북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250여 종의 희귀동식물이 사는 고산습지인 무제치늪 너머로
남암지맥을 따라 울산의 문수산, 남암산도 시야에 들어오네요.
홀로산행에 있어 흔적을 남기기 어려웠었는데
때마침 기회가 되어 사진 하나 남길 수 있었네요.
육산이지만 정상만큼은 바위봉우리로 되어있는 정족산.
맞은편 바위에 붙어있는 태극기가 그려진 석판도 담아봅니다.
한참동안 사방 시원한 눈맛을 즐긴 후에
정상을 내려와 북쪽으로 길을 들면 임도를 만나게 되고
임도를 따라 10분여 가량 가다 등로 좌측 풀섶에 가려진
이정목을 끼고 나있는 소롯길로 들어섭니다.
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662봉.
우측의 낙동정맥과 이별을 하고서 용연마을 방향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662봉에서 바라본 영축산과 신불산
그리고 양산 하북면과 울주 삼남읍 전경.
이름모를 산새들이 지저귀는 걷기 좋은 산길을 빠르게 통과해 나가니
앞이 훤히 트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나고
조금 전 보았던 영축산, 신불산의 막힘없이 펼쳐지는 시원스런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고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며 하산포인트를 어림잡아 보기도 합니다.
초행길의 산행에 일순 헷갈리기도 하지만
만들어간 궤적에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 가면서
스마트폰의 지도와 비교를 해가며 등로를 이어가니
정족산 북사면에 위치한 솥발산 공원묘원을 만나게 됩니다.
참고로 양산 솥발산 공원 묘원에는 부산, 울산, 경상남도 지역(부.울.경)의
노동운동에 관련한 노동운동 열사와 희생자들 약 50여 명의 묘역이 있다고 하네요.
걷기 좋은 숲길을 따라 육산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진행하다 보면
이정표가 있는 곡각지점의 임도를 만나게 됩니다.
원래는 이정표 뒤쪽 아래 노전암으로 갈수 있는 북대골로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초행의 산행에 멋진 조망과 산길을 좀더 알고싶어 맞은편 산으로 올라섭니다.
가파르지 않은 비탈을 올라 어느 무덤가에 마련되어 있는 데크에 앉아
준비해간 먹거리로 점심 요기를 하고서 등로를 이으니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되고
산길과 임도를 번갈아가며 마치 전세를 낸듯 오롯이 홀로 걸어가니
금봉암과 용연마을로 갈라지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군요.
내리쬐는 햇살을 피해 얼른 숲길로 올라서게 됩니다.
가파르게 솟구치는 오름길이지만 우거진 숲이 주는 시원함에 힘든 줄 모르겠네요.
시그널 몇 개와 자그마한 팻말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금봉(518m)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정상 주변은 나무에 가려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네요.
금봉 정상을 떠나 남은 등로 잇다보면 군데군데 멋진 조망이 터지는 전망대를 만나게 되는데
우측으로는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인 영축지맥길이 한 눈에 들어오고
곧이어 등로 좌측으로는 금봉암 능선 너머로 공룡능선, 그 우측으로는 중앙능선이 다가오고
멀리 천성산2봉(비로봉)과 천성산이 웅장한 모습으로 서있는 멋진 풍광을 보게 됩니다.
또한 양산 상북면 석계 건너로 능걸산, 뒷삐알산, 선암산 매봉 등의 산들도 한 눈에 들어온답니다.
전망바위들을 지나면 삼각점과 작은 팻말이 달려있는 용바위봉(488m)에 서게 됩니다.
이곳 역시 사방이 수풀에 가려있어 조망은 볼수 없네요.
푸른 숲길이 내주는 아름다운 공기와 행복한 마음을 맘껏 만끽하며
우람한 소나무가 눈길을 끄는 산길을 5분 가량 지나고 나면 중요 포인트를 만나게 됩니다.
우측의 시그널을 따라가면 내원사 입구의 용연마을로 가는 길이고
맞은편으로 향하게 되면 내연사 매표소주차장으로 곧장 갈수 있는 길입니다.
주차장을 향한 내림길의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좌측), 그리고 중앙능선...
저 멀리 천성2봉과 천성산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는 특급 전망대에서 눈요기를 마치고
가파르게 쏟아지는 암릉지대를 조심스레 내려오니
등로는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으로 사라져버리고 궤적을 비교해가며 어렵사리 통과해가니
이번에는 가파른 급사면에 낙엽이 미끄러운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네요.
만들어간 궤적이 실제 등산로와 조금의 오차가 있어 잠시 헤메기도 했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에 안도를 하며 내려서니 기존 등로와 합류가 되고
주차장이 내려다보이는 화장실 뒤쪽으로 내려서게 되는군요.
이른 더위에 피서를 나온 행락객들이 벌써부터 물놀이에 신이 났네요.
낙엽이 잔뜩 쌓여있던 급내림길에 묻어온 산행의 찌꺼기들을
먼지털이로 깨끗이 털어내고 아침 나절에 비해 많이 늘어난 차량들이 서있는 주차장에서
안전하게 잘 마무리한 정족산 산행을 끝내게 됩니다.
'◈ 산행이야기 > ☆ 202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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