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늘씬한 미인들이 즐비한 숲길에 대왕송까지 알현하고 온 울진 안일왕산 본문
♤ 산행일자 : 2024. 06. 15 날씨 - 흐린 후 때때로 비
♤ 산행장소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북면 두천리 일원
♤ 산행인원 : 오늘도 변함없이 홀로...
♤ 산행코스 : 울진군 북면 두천리 548-1번지 (안말래길)-안일왕성 안내도-287.5봉-안일지맥 합류-580봉-임도 접속, 이탈-안일왕산-대왕소나무-샛재-찬물내기 쉼터-산양서식지 표지판(임도 이탈)-두천천 계곡-사방댐-두천 2리(안말래길)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55분, 16.64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안일왕산(安逸王山)
경상북도 울진군의 금강송면 소광리, 북면 두천리에 위치한 산(819m)으로 울진군의 진산(鎭山)이다. 향토지를 살펴보면 모두 고대의 역사를 언급한다. 즉, 부족국가 시대에 창해 삼국의 하나였던 실직국(悉直國)의 안일왕이 파조국(波朝國)을 합병하였는데, 그 뒤 예국(濊國)의 침략을 받아 쫓기게 되자 이 산에 성을 쌓고 방비를 한 것에서 '안일왕산성'이라 했다고 말한다. 울진 지방에서는 '애밀왕성터'라고도 한다. 그러나 안일왕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어 산과 산성 명칭 가운데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산의 이름이 언제부터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울진)에서 "안일왕산성은 돌로 쌓았으며 주위 753척인데 지금은 폐지되었다."라는 기록을 통해서 안일왕과 관련된 산 이름의 유래가 조선 중기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도 안일왕산에 현재도 성터가 남아 있고, 일대에 왕과 관련된 지명들이 산재하고 있음은 안일왕 관련설이 허구가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울진군 금강송면 왕피리(王避里)는 왕이 피신했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고, 병위동(일명 병우동)은 안일왕의 군사가 머물렀던 곳, 포전(飽田)은 안일왕이 피난 당시 군속과 같이 갈증을 풀고 포식한 곳, 임광터(일명 임왕기)는 임금의 옥새를 보관하던 곳, 핏골은 왕이 적에게 붙잡힌 곳, 거리고(巨里庫, 일명 걸부지)는 실직국의 군량미를 저장하는 창고가 있었던 곳, 한천(寒川, 일명 한내)은 피신하던 안일왕이 내를 건널 때 마침 얼음이 녹을 때라서 물이 차다하여 붙여진 지명이라고 전해온다.
또한 소광리 장군터(일명 장강이터)는 안일왕의 호위장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는 곳이고, 옥상이(玉山, 일명 옥생이, 옥쌍이)는 안일왕의 옥좌가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보부천(寶富川)은 안일왕이 울진의 파조국을 병합하여 산성을 쌓고 머물렀다는 곳이며, 저진터(저근터)는 안일왕이 보부천에 주둔할 때 호위군의 후속부대가 주둔했다는 곳이다.
정작 실직국의 본거지였던 삼척 지역에는 안일왕과 관련된 설화가 빈약한데 반해, 울진지역은 특유의 지형적인 고립성 때문인지 2천여 년 전 영동 남부지역의 중심세력으로 넓은 영토를 소유한 군장국가였던 실직국의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 오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울진의 진산(鎭山)으로 기록되어 있는 산, 정상 가까운 곳에서 울진에서 가장 우람하여 으뜸인 대왕소나무를 만나볼 수 있는 곳,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배설물을 직접 볼 수 있고 정말 운이 좋다면 산양을 직접 만날 수도 있는 곳, 정상에 올라서서 사방 천지 어디를 둘러보더라도 흉물스럽고 거대한 송전철탑이 눈에 띄지 않는 곳, 2천여 년 전 울진과 삼척을 영토로 활동하던 실직국 안일왕의 치열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
산 이름에 대해서는 『해동지도』(울진)나 『광여도』(울진) 등의 여러 고지도에도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신증동국여지승람』(울진)에 기록된 "고을 서쪽 41리에 있는 진산(鎭山)이다."라는 내용과 관련시켜 생각해 보면 『대동여지도』에 묘사된 위치가 가장 정확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안일왕산이 옛 울진군 읍치(邑治)에서 태백산맥으로 곧장 이르는 산줄기에 있기 때문이다. (참조 : 네이버 백과)
◈ 산행기
온전히 쉴 수 있는 주말을 맞아 오랜 숙원이었던 산행지로 가보기로 작정을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전날 준비해둔 먹거리들을 배낭에 갈무리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 먹고서 차를 몰아 동해대로를 달려 울진으로 향합니다.
부지런히 달려도 2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이라 일찍 서둘러 가는 중으로 10년 전쯤 아내와 함께 미리 탐방예약을 하고 찾았었던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의 한 구간에 속해있는 곳으로 가보지 못한 안일왕산과 대왕소나무를 알현하기 위함입니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예약사이트에 예약 후 숲길안내자의 인솔하에 이용할 수 있는데 안일지맥에 접속하여 안일왕산과 대왕송을 보고난 뒤 예전 걸어보았던 4구간의 일부를 포함해 원점회귀를 위해서 두천천 계곡을 따라 돌아오는 코스로 궤적을 만들어 찾아가는 길입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주말이어도 7번국도인 동해대로는 조금은 한산한 편이라 속도감을 즐기며 2시간 조금 넘게 걸려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울진군 북면 안말래길' 입구에 도착을 하게 되고 컴퓨터의 로드뷰로 검색해보았던 들머리 주변의 풍경과 비교해가며 주차할만한 곳을 찾아 안전하게 차를 세워놓고서 산행준비를 하게 됩니다.
GPS를 페어링하고 배낭을 들쳐메고서 안일왕산성 안내도가 바라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대왕송을 만나러 힘차게 출발을 합니다.
산행궤적
사진의 지점 주소를 확인해보니 울진군 북면 두천리 548-1번지 였습니다.
좌측의 공터에 주차를 해놓고 멀리 바라보이는 안내판 있는 곳이 들머리이고
우측의 작은 시멘트 다리가 산행을 마치고 나올 날머리가 되겠습니다.
도로 우측에 '안일왕성 안내도'가 서있는 곳에서 우측 산길로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휀스로 막혀있는 개인 농장을 만나게 되는데
농장 직전 우측으로 희미하지만 산으로 올라붙는 길이 보입니다.
시작부터 가파르게 솟구치는 오름에 희미한 족적을 따라 올라서게 되면
갓비석과 상석이 마련되어 있는 울진 장씨묘를 만나게 되고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진행을 막고 있는 묵은 옛길따라 진행을 이어갑니다.
'우산나물'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네요.
거센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들이 진행을 더디게 하지만 차근차근 헤쳐가며 오름을 잇노라니
지도상의 287.5봉에 서게 됩니다. 사방이 가로막혀 있어 사진 한장 남기고 곧장 나아갑니다.
'꼬리진달래'
겨우살이참꽃나무라고도 합니다. 꽃말은 '절제, 신념'입니다.
'노루발풀'
소나무 숲에서 자랄 수 있는 몇 안되는 종류 중의 하나로
사슴의 발굽과도 닮았다 하여 노루발이라 불려지는 풀이며
긴 줄기 끝에 방울방울 달려있는 꽃도 운치를 더한답니다.
걸음 걸음마다 좌우로 도열한 소나무 숲길...
소나무 숲 사이로 옅은 빛이 내려앉고 그 빛은 낯선 산꾼의 어깨를 두드리네요.
처음 찾은 산은 가벼운 듯 가볍지 않았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습니다.
소나무의 거죽은 거북의 등껍질과 같은 무늬로 수 놓여 있고
그런 소나무군락은 하늘을 향해 거침없는 용트림을 합니다.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가파른 오름길엔 참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예전엔 등산로로 이용이 많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비록 세월이 흘러 썩어 문드러질 지경까지 되었지만 말입니다.
척박한 바위 틈새를 뚫고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올린 금강송이 눈길을 사로 잡는군요.
산행을 시작한지 약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니
그제서야 아구산에서 이어져 온 안일지맥과 합류를 하게 됩니다.
묘한 신비감 마저 감도는 소나무 숲...
한 걸음 또 한걸음 한 호흡 또 깊은 호흡으로 걸음을 옮겨갑니다.
그윽하고 은은한 나무 향들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소나무 숲을 거닐며 삶을 생각합니다.
찰나의 순간에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듯 소나무 숲길을 거니는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평온함이 밀려오는군요.
'준.희'님이 소속된 산악회에서 달아놓은 팻말이 있는 580.1봉입니다.
수명을 다해 쓰러졌어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 주검도 소중한 자연의 일부랍니다.
갑자기 하늘이 훤히 열려 고개를 들어보니 조성이 오래되지 않은 임도를 만나게 되는군요.
우측 능선이 지맥길이지만 도저히 걸어갈 수 없는 여건이라 그냥 임도를 따르기로 합니다.
산허리를 지그재그로 깎아 만들어진 임도가 흉한 모습이지만
무슨 특별한 용도가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발놀림을 해나가지만
지도상의 안일왕산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능선으로 올라붙기 좋은 곳을 골라 가파른 산비탈로 올라 붙기로 합니다.
두텁게 쌓여있는 낙엽이 진행을 더디게 하지만 지도의 궤적을 보아가며 한발한발 올라서니
그제서야 지맥길인 주능선에 닿게 되고 어느 이름없는 봉분 하나를 만나게 되네요.
임도를 벗어나 약 20분 가량 소요된 것 같습니다.
약 3분 후 등로 우측으로 바위가 군락을 이루는 전망대를 만나게 되는데 오늘 처음으로 조망이 열리게 됩니다.
안일왕산 정상에서 뻗어내린 능선이 지금껏 걸어왔던 지맥길과 함께
울진군 북면과 금강송면을 가르는 면계능선이네요.
산행을 시작한지 근 3시간 가까이 흐른 뒤
국기봉과 삼각점이 있는 안일왕산 정상에 서게 됩니다.
정상을 알리는 팻말이 달려있는 소나무 뒤쪽은
천길 낭떠러지라 감히 내려다 볼 엄두가 나질 않네요.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주변을 돌아봅니다.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맨 끄트머리가 백병산이 있는 낙동정맥으로 짐작이 되고,
정면으로는 덕구온천과 용소골을 품고있는 응봉산 방향으로
온통 산 밖에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동쪽으로는 숲 사이로 아구산(653m)이 보이네요.
안일왕산 정상을 내려서니 옛 안일왕산성의 흔적을 만날 수 있네요.
산성 우측은 천길 낭떠러지라 과연 천혜의 요새라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붉은 빛을 띤 적송(금강송)은 곧고 푸르기만 합니다.
마치 8등신 몸매의 늘씬한 아름다운 미인을 보는 듯해서
산행 내내 눈이 시원한 즐거운 산행이 이어집니다.
잠시 후 시야가 확 트이는 곳에 닿게 되는데
엄청난 크기의 소나무가 버티고 서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고 그렇게 보고팠던 신송(神松)인 대왕소나무입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고 저절로 두손 모아 합장을 하게 되는군요.
훼손을 막기 위해 전망데크를 만들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멀리서 대왕송을 배경으로 셀카로 흔적 하나 남겨봅니다.
둘레가 4미터나 되는 대왕소나무는 울진 금강송 특유의 황금빛을 띤 거대한 황장목으로써,
순수의 금빛으로 구불거리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들과
20여 미터는 족히 됨직한 키와 우람한 몸통은
가히 바라보는 이들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할 것입니다.
전망데크에서 북쪽으로 바라보이는 낙동정맥과 응봉산 방향의 조망을 즐기고
데크 아래쪽에 마련되어 있는 쉼터에서 준비해간 샌드위치와 과일로 허기를 때웁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해 얼른 우의를 걸치고 산행을 계속 이어갑니다.
우거진 숲 사이로 걷노라니 굵은 빗줄기도 어느 정도 막아주니
숲의 고마움을 한번 더 느끼게 됩니다.
'어영대장소나무'
눈길을 끌만한 큼직한 소나무마다 이름을 붙여 놓았네요.
대왕소나무의 부인같다고 하는 '황장빈소나무'를 만나게 되는데
다소곳한 모습에 여인의 향기가 풍기는 듯합니다.
썩바골폭포가 있는 썩바골을 지나 대광천으로 갈수 있는 갈림길에서
원점회귀를 위해 찬물내기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천년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울진 금강소나무숲의 모습.
금강송은 '금강산 소나무'라는 뜻이랍니다.
금강산을 비롯한 태백산맥 일대에서 자란다 해서 붙인 이름인데
붉은 빛을 띠고 있어서 '적송', 미인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미인송',
봉화 춘양역에서 다른 곳으로 실려갔다고 해서 '춘양목',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고 속이 누래진다고 '황장목'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2006년도에 '금강소나무'라는 가장 고운 이름으로 통일되었다고 합니다.
멀리 낙동정맥의 마루금이 보였었는데
비구름에 가려져 버렸으니 오로지 걷는 데만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별 특징이 없는 지도상의 636.7봉을 빠르게 통과해가니
수령이 대략 200~300년된 금강소나무에서부터 이제 갓 자라 올라가는 나무들까지...
다양한 크기의 소나무가 곳곳에 서있고 그것을 숲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보는 산꾼의 마음은 한없는 평화로움에 빠지게 만드는군요.
대왕송을 떠난지 40분 남짓 흘러 낯익은 곳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십이령의 세 번째 고개로 조령(鳥嶺)으로도 불리는 '샛재'입니다.
예전에 없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샛재송'도 반가운 마음으로 올려다 봅니다.
조령성황사(鳥嶺城隍祠).
지역 주민과 보부상이 만들어 휴식처로 이용하기도 하고
신변의 안전과 성공적인 행상을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성황사를 떠나 찬물내기 방향으로 샛재를 넘으니
예전 거꾸로 올라오던 때를 생각해 보지만 기억이 나질 않네요.
다만 안전시설로 조성이 된 목책은 그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송'으로 불리웠었는데
'천년해로송'으로 바뀌었지만 그 뜻은 일맥상통 한 것 같습니다.
내림길의 사면에 쓰러진 나무와 부서진 목책이 있어 통행이 어려워 돌아 내려오게 되고
안내판이 서있는 임도로 내려서게 됩니다.
'개다래나무'
'초롱꽃'
임도를 따라 걸어가면 너와지붕으로 지어놓은 쉼터가 있는 찬물내기에 닿게 됩니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매우 차가워서 찬물내기라고 부른답니다.
예전 이곳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을 걸을 때 이곳에서
두천리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해준 비빔밥으로 맛난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황장봉산 동계표석'
금강소나무 관리구역을 나타내는
황장봉석의 동쪽 경계는 조성(鳥城)으로부터
서쪽으로 이십리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2022년도에 이곳 울진을 덥쳤던 산불이 이곳 금강소나무숲길에도 그 피해를 끼쳤네요.
현재 금강소나무숲길 탐방은 1구간(보부상길)과 샛재부터 두천1리까지 구간이 겹치는
5구간(보부천길)은 산불피해로 인해 탐방이 중지된 상태입니다.
'산수국'
풍광이 아름답고 걷기에 참 좋은 임도를 따라 걸으니
마음의 고요를 느끼며 힐링이라는 선물이 주어지는 듯합니다.
산양 서식지 합수 나달 (시시골과 찬물내기 골이 합쳐지는 곳) 입니다.
임도를 계속 따르게 되면 바릿재를 넘어 1구간의 출발지인 두천1리로 가게 되므로
산양서식지여서 조용히 하라는 그림이 있는 팻말이 있는 곳에서
원점회귀를 위해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게 됩니다.
샛재에서 시작된 찬물내기물이 이곳에서 시시골에서 흘러내린 물과 합수가 되어
두천천을 이루고 두천2리인 안말래와 두천1리인 말래를 지나 남대천으로 유입이 됩니다.
계곡 좌측으로는 재작년 산불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물의 양의 많지 않아 계속 계곡을 따라 진행하기로 합니다.
남대천의 상류 지천인 두천천은 1급 청정수로 접근이 어려워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청정구역입니다.
계곡 좌,우로는 경사도가 심한 비탈이라 진행이 어려워 암반을 따라 진행을 하게 되는데
물을 통과하지 않고는 지날 수 없는 곳에서 경사진 암반을 횡단하고자 시도를 해보았지만
지난 해의 산악사고의 트라우마가 남아 도저히 자신이 서질 않아 바윗길을 거슬러 올라 위험지역을 벗어납니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와 돌아본 풍경으로 좌측 경사진 암반을 통과하려고 했었는데
만용을 부리지 않았음을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수 많은 세월 동안 물이 만들어낸
부드러운 곡선의 암석 전시장을 만나게 되는데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이곳은
어떠한 강함도 오랜 시간의 부드러움에게 함께 동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무명폭포.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네요.
2022년도 3월에 일어난 울진, 삼척 산불은 이곳 두천리에서 발생하여
장장 9일간 타올라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합니다.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얼른 배낭카바를 덧씌우고 우의를 꺼내 착용을 하고서 발걸음에 속도를 내 봅니다.
다행히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진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우중의 걸음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은 반드시 카메라에 담아가면서 막바지 등로를 이어갑니다.
멀리 사방댐이 보이는걸 보니 산행의 끝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사방댐에서 바라본 들머리였던 두천2리(안말래)의 모습을 담고
1시간 20분 가량 긴장감 속에서 멋진 계곡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며 걸었던
두천천 계곡을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봅니다.
산행을 시작했던 곳으로 완벽하게 되돌아오면서
오랜 숙제로 남아있던 안일왕산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아주 오래 전 딱 한번 걸어보고 그 매력에 홀딱 반해 꼭 다시 찾아오고 싶었던 곳을 십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큰 맘 먹고 찾아와 걸어보니 금강송의 장대함은 여전히 그 위엄을 맘껏 뽐내고 있었네요.
금강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건강한 기운을 원없이 받은 오늘 그 길을 걸으며 보고 듣고 냄새 맡은 모든 것, 결코 예사롭지 않았던 작은 만남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단순히 걷고 끝나는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소통케 했던 그 길 위에 서 있었던 7시간 가량의 긴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게 됩니다.
모처럼 시간을 잊고 하루를 온전히 자연과 함께 편안한 휴식의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던 안일왕산으로의 발걸음을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귀로에 오르니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에 무사히 계곡을 빠져나왔음에 다시 한번 부처님의 크신 가피에 감사하게 되고 우중의 동해도로를 달려 포항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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