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월사동에서 시작한 내연산 향로봉 단풍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24. 11. 03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송라면, 죽장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월사동 엄마의 숲 농장 입구-향로봉중봉갈림길-911봉(중봉)-향로봉-808.6봉-월성손씨묘-하옥계곡 대서천-엄마의 숲 농장 입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0분, 8.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초증학교 친구들과 함께 독립기념관, 청남대 등 부근의 관광지를 둘러보느라 산행을 걸렀던 지난 주와 달리 화창한 휴일을 맞아 일찍 업무를 마치고 미리 갈무리 해놓은 등산 장비들을 챙겨 곧장 차를 몰아 죽장면 하옥계곡으로 향합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기계면을 거쳐 기북면과 죽장면의 경계를 이루는 성법령을 이용했지만 오늘은 사무실에서 곧장 하옥으로 향하기에 우현사거리를 지나 소태재를 넘어 7번 국도를 이용하여 찾아가기로 합니다.
보경사 가기 전의 청하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청하중학교와 기청산식물원 사이의 도로를 지나 월포해수욕장으로 갈라지는 청하교차로에서 이어져 온 930번 도로와 합류를 한후 서정삼거리에서 수목원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구비구비 휘돌아드는 고갯길을 힘겹게 올라서면 국내 최대의 수목원인 경북수목원을 지나게 되는데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인기척은 느낄수 없고 적막감만 감도네요.
다시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내려서게 되는데 예전 비포장도로 일때 먼지 폴폴나던 고갯길을 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도로사정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청정마을에 각종 특용작물과 맛좋고 질좋은 사과가 생산되는 지금의 상옥리는 교통이 조금 불편한 것 외에는 들어와 살고픈 마음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평화로운 마을이 되어 있답니다.
특히 여름철이면 영덕 옥계계곡으로 흘러드는 하옥계곡의 맑은 물은 호젓하게 피서를 즐기려는 행락객들이 찾아들어 타고온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조용한 오지마을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청정지역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상옥에서 청송과 하옥으로 갈라지는 먹방3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하옥방면으로 진행하면 바캉스 시즌에만 활동을 하는 교통통제 초소를 지나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꺾여가는 지점 우측으로 '엄마의 숲'이라는 큼직한 빗돌이 서있는 관광농원 입구가 오늘 산행의 들머리입니다. 십여 년 전에는 양봉터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 관광농원으로 개발되어 지금은 팬션과 오토캠핑장으로 꾸며져 영업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농원 입구의 입간판 부근에 주차를 해놓고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팬션을 향해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과거 양봉터가 있던 자리에는 말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고
큼지막한 빗돌이 서있는 '엄마의 숲' 관광농원 빗돌 앞에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철문이 가로막혀 있어 한쪽 귀퉁이로 드나들었던 곳도 말끔하게 정비가 되어 있는 데다
비포장이었던 도로도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어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허름한 컨테이너가 있던 자리에는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는
깔끔한 모습의 팬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오토캠핑장까지 갖추고 있네요.
농원이 아닌 팬션과 캠핑장으로 탈바꿈을 한 모양입니다.
대서천을 건너며 날머리 방향을 바라보니 아무래도 산행 막바지에 신발을 벗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찾은 월사동은 많은 변화가 있어 보이네요.
차량의 진입이 용이할 만큼 널찍한 임도가 펼쳐지고
그 끝에는 스님이 기거하는 선원(禪院)이 자리하고 있네요.
선원 입구에서 좌측으로 나있는 임도를 따라 계곡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월사동계곡의 맑은 물소리에 가을이 익어가는 계곡은 상쾌한 아침 기운이 감돌고
골짜기 흐르는 해맑은 옥수를 마시고 취한 단풍은 곱게도 물들어갑니다.
가을의 정취가 한껏 묻어나는 정경에 한동안 이곳에 서서 바라보기만 했네요.
이 순간만큼은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가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어제 내린 비에 불어난 계곡물은 신이 난듯 큰소리로 노래를 하며 흘러내리고 있고
가을단풍은 형형색색 선명함을 더하고
걸음마다 다가오는 주변의 풍경은 연신 새로운 비경을 펼쳐 보입니다.
비록 단풍이 아니더라도 절경을 뽐내고 있는 월사동계곡이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져 금상첨화입니다.
'산부추'
계곡 사이로 내려앉은 단풍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네요.
길 조차도 전혀 가공되지 않아 자연스러움이 넘쳐나고
하늘과 단풍이 어우러진 숲과 바람과 적당한 계곡이 잘 조화를 이룬 월사동 계곡입니다.
중요포인트에 도착을 했네요.
이곳에서 계류를 건너 골짜기를 따르면 월사동계곡을 거쳐 꽃밭등으로 향하게 되고
좌측의 오름길로 올라서게 되면 중봉으로 향하게 됩니다.
계곡의 수량을 보니 월사동계곡은 포기하는게 맞는 것 같아 중봉으로 오르기로 합니다.
지난 여름의 수고로움을 갈무리하는 이 가을...
가파르게 솟구치는 오름길 따라 천천히 오르게 되면
어느 한 곳으로 하늘이 열리고 막혀있던 조망이 트이는 전망바위에 서게 됩니다.
월사동계곡이 길게 뻗어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군요.
가운데 770.7봉 좌우로 갈라지는 곳이 하옥계곡 합수부인데
우측방향은 수목원에서 내려오는 본류인 먹골방향이고
좌측 골짜기를 따르게 되면 꽃밭등으로 갈수 있습니다.
가파른 오름길에 만나게 되는 삐죽삐죽한 바윗길을 조심스레 넘어서면
특별한 인공미가 없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던 단풍잎이 떨어진 산길엔 낙엽이 두툼하게 깔려 바스락거리고
샛빨갛게 애가 타는 나뭇잎이 그리고 바위와 작은 돌맹이...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을 한 이름모를 온갖 나무들이 푸르른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에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그 속을 걷고 있는 나 자신도 함께 흔적도 없이 녹아내립니다.
큼직한 벌집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담으며 계속되는 오름을 잇노라면
다채로운 색조들이 미묘한 농담으로 어우러져 부드럽고 충만하게 빛나는 단풍의 향연이 계속됩니다.
늦가을이 오기 직전 일년 중에서도 아주 짧은 동안에만 볼수 있는 축복같은 장면이지요.
고도를 높혀갈수록 단풍이 든 활엽수의 잎은 떨구워지고 늦가을의 정취를 풍기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길은 아주 부드럽고 미처 떠나지 않은 빛바랜 단풍이 등로 중간중간 자리하고 있으며
가뿐 숨 몰아쉬며 가풀막을 오르는
산꾼의 발 끝에는 낙엽 밟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어느 새 가을은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멧부리가 평평한 둔덕을 이룬 별 특징없는 911봉(중봉)을 지나 평지성 등로를 따르다보니
10분여의 발품을 팔고나면 내연산의 최고봉인 향로봉에 올라서게 됩니다.
정상석 주변에는 산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 주변부터 둘러보기로 합니다.
멀리 가운데로 월포해수욕장의 용산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사방기념공원이 있는 오도리 주변의 해안이 보이는군요.
커다란 정상석이 버티고 있는 내연산 최고봉인 '향로봉'에서 모처럼 흔적 하나 남겨봅니다.
향로봉 정상 주변에서 옹기종기 저마다 식사를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이른 식사를 해결하고 하산길로 들어섭니다.
올라왔던 중봉을 에돌아 내려가면 등로 우측으로 시그널이 보이는데
하옥계곡의 향로교로 내려가는 등로입니다.
원래의 계획은 이곳으로 내려가려고 했었는데 불어난 계곡물에
건너기가 어려워 월사동코스로 변경하게 되었답니다.
겨울채비를 하고 있는 정상부를 떠나 8부 능선쯤 내려오니 단풍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싸늘한 바람이 불어대는 808.6봉의 가풀막을 올라서면 등로는 좌측으로 꺾이게 되고
가파르게 쏟아지는 내림길에도 울긋불긋 가을을 수놓고 있는 단풍의 모습에 연신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굴참나무와 갈참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한발한발 내디뎌가며 진행하니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단풍이 어우러진 안부에 닿게 됩니다.
이곳에서도 향로교쪽으로 내려설 수 있다는데...
형형색색으로 물이 든 단풍을 바라보며
오롯이 홀로 깊은 산중을 걷는 이 기분...
산행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더욱 뿌듯해지는 마음입니다.
가을의 정취를 충분히 느낄만큼
알록달록한 숲길이 걸음을 더디게 만드는군요.
오랜만에 만나는 '밀양손씨'묘를 지나고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품소나무와 눈맞춤을 하고 나면
나무 사이로 조망이 트이는 전망바위에 서게 되는데
발 아래로는 하옥계곡과 산행을 시작했던 팬션과 캠핑장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통점재에서 가사령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이 달리고 있는 모습도 보게 되는군요.
삐죽삐죽 솟아있는 바위군락을 헤치고 내려서면
좀더 가까이 다가온 팬션이 익어가는 가을의 풍경속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울긋불긋한 물감을 풀어놓은 듯 고운 단풍이 내려앉은 숲길따라 가파른 내림길을 이으면
하옥계곡의 본류인 대서천에 내려서게 됩니다.
짐작한 대로 그냥은 건너기가 어려워 신발을 벗어야만 했네요.
떠나기가 못내 아쉬운 듯 내려운 능선을 한번 더 올려다보고
모두가 떠나고 텅 빈 팬션 앞을 지나 오르막길인 도로를 거슬러 올라 주차를 해놓은 69번 지방도에 도착하면서
모처럼 찾은 내연산 월사동에서 시작해 향로봉을 오른 원점회귀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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